글로벌 태블릿PC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두께와 무게, 가격 경쟁은 물론 언론매체를 통한 양사의 물밑 경쟁도 점점 뜨거워 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2' 보다 더 얇고 가벼워진 '갤럭시탭 8.9'를 23일 미국에서 전격 공개하며 포문을 열었다.

갤럭시탭 8.9는 애플의 아이패드2 보다 0.2mm 얇아진 두께와 102g 가벼워진 무게를 자랑한다. 또 갤럭시탭 8.9는 아이패드2 해상도(1024×768)보다 높은 1280×800화소의 화면을 장착했다.

겉으로 보이는 사양 면에서는 일단 삼성이 앞서가는 양상이다. 이 같은 정보는 삼성의 공식 발표 하루 전부터 외신 등을 통해 전해지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삼성이 이렇게 나오자 애플은 이날 아이패드2의 출시 국가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내에도 오는 4월에 출시된다. KT도 이날 아이패드2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갤럭시탭 10.1에 이어 8.9인치 제품을 내놓는 등 신제품을 연이어 공개하며 공세를 펴오자, 애플이 아이패드의 '최대 경쟁자'인 갤럭시탭의 신제품이 본격 출시되기 전에 시장을 더욱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존 25개국 외에도 아이패드2 출시 국가 확대를 공식 발표하며 "미국에서의 아이패드2 인기에 놀라고 있다"고 자축했다.

잡스 CEO는 이어 "경쟁사들이 첫 번째 아이패드를 따라잡으려고 애쓸 동안 우리는 아이패드2로 또 판도를 바꿨다"고 강조하며 지난 2일 아이패드2 발표에서처럼 경쟁사들을 의식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특히 한국시간 자정 무렵에 발표 예정이던 갤럭시탭 8.9 발표에 대한 견제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애플측은 이날 일부 국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애플이 오늘 밤 뭔가 발표한다"고 흘리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애플이 지난해 자사의 전 세계 판매수익 중 6%를 기록한 일본 판매가 지연되자 전격 출시 국가를 확대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앞서 애플은 지난 11일 발생한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배터리와 터치스크린 글라스 등 일본에서 생산하는 핵심 부품 부족으로 아이패드2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같은 우려를 이날 단숨에 불식시킨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진전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삼성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삼성이 이날 선보인 갤럭시탭 10.1은 지난 2월 처음 공개됐던 제품 보다 두께(10.9mm→8.6mm)도 줄어들었지만, 후방 카메라에도 변화(800만화소→300만화소)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갤럭시탭 10.1의 와이파이 모델은 499∼599달러로 책정됐고, 8.9인치 모델은 469∼569달러로 가격이 정해졌다. 이를 499달러인 아이패드2 16GB 와이파이 모델과 비교하면, 사실상 같은 가격으로 경쟁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풀이 가능하다.

문제는 지난 2일 출시된 아이패드2의 시장 공략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패드2는 출시된지 보름이 안 된 시점에서 100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태블릿 시장도 장악할 기세다. 갤럭시탭 8.9은 올 여름 미국시장에 출시될 예정이고, 10.1인치 제품은 오는 6월8일 선보일 계획이다.

관련 업계는 7인치 모델에 이어 8.9, 10인치 제품을 내놓은 삼성을 비롯한 구글 진영과 애플측의 애플리케이션 등 '콘텐츠'의 양적 차이가 얼마나 좁혀질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