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다국적군의 세 번째 리비아 공습이 시작됐다. 서방은 리비아의 비행금지구역을 확대하기로 합의하고, 카다피 정권 인사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는 등 군사적, 비군사적 수단을 총 동원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 시간) 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대규모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리비아군의 대공포가 밤하늘로 향해 불을 뿜었다”고 전했다. 리비아 정부의 무사 이브라힘 대변인은 다국적군이 여러 항구와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의 민간공항 등을 공습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습의 목표물 중에는 카다피가 속한 부족이 주로 거주하는 남부 소도시 세브하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카다피가 정전을 선언했음에도 영국은 2차 공습을 가해 카다피의 관저를 파괴했다. 카다피군은 미스라타의 발전소와 유류저장 탱크를 포격해 민간인을 포함, 최소 40명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모든 수단 총동원해 압박

서방세계는 군사작전지역을 점차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의 아프리카 지역 사령관인 카터 햄 사령관은 이날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한 리비아 비행금지구역이 확대돼 100km에 달하는 지역이 영향권 내에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연합군은 비행금지구역을 유지하기 위해 출격 임무를 수행중” 이라며 “연합군의 전투기가 리비아의 방공시설에 크루즈 미사일 12기를 추가로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지상군 투입은 아직까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햄 사령관은 미국을 포함한 연합군의 지상군은 리비아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리비아 군사령부를 공격하고 상대를 제압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서방세계는 비 군사적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리비아 카다피 정권 인사에 대한 제재를 확대했다.

27개 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정례 외무장관회의에서 카다피 정권 요인 11명과 9개 법인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개인에 대해선 비자발급 중단과 자산 동결, 법인에 대해선 자산 동결 조치가 취해진다. 구체적인 제재 대상 개인과 법인, 단체의 명단은 22일 EU관보에 게재될 예정이다.

EU는 카다피가 지난달 시작된 반정부 시위에 대한 무력진압에 나서자 이날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카다피와 친인척, 정권 핵심인사 등 개인 38명과 14개 법인을 제재 대상으로 분류했다. 또 EU회원국 외무장관들은 구호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군대와 민방위 역량을 동원하기로 합의를 봤다.

27개국 외무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공동안보, 국방정책에 근거해 유엔 등 국제사회의 조율된 요청이 있을 경우 인도주의 구호활동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공습목표는 카다피?

서방 연합군의 2차 공습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관저가 파괴되면서 서방 국가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연합군이 카다피의 목숨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추측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도 “다국적군의 3차 공습 때 폭발음이 들리는 곳은 카다피 관저 근처였다”고 전했다.

영국을 필두로 한 서방국가들은 20일 밤 2차 공습에서 크루즈 미사일로 트리폴리 카다피 관저를 정밀 타격했다. 크루즈 미사일을 맞은 곳은 관저 단지에 있는 3층짜리 건물로 카다피가 외부 손님을 맞는 베두인 텐트로부터 불과 50m 떨어진 곳이다.

연합군은 이에 대해 해당 건물에 카다피군의 지휘통제본부가 있어 폭격을 가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데이비드 리처드 영국 육군참모총장은 21일 “카다피를 공격 목표로 삼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서 승인되지 않은 사안” 이라며 “우리가 타격한 것은 군 지휘 및 통제 시설과 통합 대공 방어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차 공격을 주도한 영국 정부 내에서는 ‘카다피도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휘통제본부 타격은 명분일뿐이고 실제 목표는 카다피라는 것이다. 리엄 폭스 영국 국방장관도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카다피도 합법적인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