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영업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금융투자 업계에서 여성 특유의 세심함과 배려심은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영업의 기본 자질을 갖춘 여성들에게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

1956년 설립된 신영증권의 55년 사상 최초의 여성 임원으로 발탁된 신윤주 이사(48 · 사진)는 22일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남자 직원에겐 중요한 것도 잘 못 물어보면서 여자 직원에게는 사소한 질문도 잘 한다"며 "이 같은 여성 특유의 접근성이 영업직원으로서의 큰 장점이 된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1981년 옛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한 뒤 자산관리 영업을 계속해왔다. 한국투자증권 부산지점의 부지점장까지 오른 후 2005년 신영증권이 해운대지점을 개설할 때 첫 여성 지점장으로 스카우트됐다. 해운대지점이 있는 부산 마리나센터빌딩에는 총 7곳(증권사 5곳,은행 2곳)의 PB(프라이빗뱅커) 지점이 고액자산가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 이사는 이런 경쟁 속에 지점 자산을 5년 만에 5배 불려 신영증권 1위 점포로 키웠다.

신 이사의 별명은 '주차의 여왕'.지점에 방문하는 고객들의 주차 도장을 직접 찍어주는 세심함 덕에 붙었다. 그는 "PB들과 5분,10분 얘기나 하려고 들른 고객들의 주차권도 꼭 챙긴다"며 "근처에 왔다가 시황이나 보려고 잠깐 방문한 고객에게 주차 도장을 찍어줬더니 그 고객이 지인들을 소개해 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영업직원이 갖춰야 할 최우선 덕목으로 고객과의 신뢰를 꼽았다. 그는 "처음엔 채권처럼 안정적인 상품만 찾던 고객도 오래 거래하면서 신뢰가 쌓이면 주식이나 펀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힌다"며 "신뢰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산관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 이 주식을 사면 틀림없이 돈이 됩니다'는 식의 수익률 위주 영업을 하면 수익이 안 날 때 고객이 이탈하기 쉽지만 신뢰가 바탕이 된 관계가 형성되면 수익률이 좀 낮더라도 고객이 쉽게 돈을 빼지 않는다는 얘기다.

후배 영업직원들에게 '적극성을 갖고 끊임없이 자신을 계발할 것'도 주문했다. 자신도 고교를 졸업하고 취업했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을 마쳤다. 현재 부산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신 이사는 "30년 직장생활을 해왔지만 성실성이 핵심이라는 건 처음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최신 금융지식을 갖추는 것은 물론 말투 옷차림 등 사소한 부분까지 모든 분야에서 자신을 갈고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 정기 인사를 통해 국내 증권업계의 여성 임원 수는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국내 42개 증권사의 여성 임원은 작년 9월 말 기준 9명에서 현재 13명(금융투자협회 집계)으로 늘어났다. 전체 943명의 임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9%에서 1.3%로 높아졌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