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러 탄생 150주년과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아 관련 음반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나온 앨범 중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교향곡 2번-부활'(EMI 클래식스)과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봉을 잡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교향곡 5번'(LSO 라이브)이 눈길을 끈다.

사이먼 래틀에게 말러의 '부활'은 특별하다. 그를 지휘자로 이끈 작품이기 때문이다. 래틀은 "12세 때 말러 교향곡 2번 실황 공연을 관람했는데 그게 저를 지휘의 길로 이끌었다"며 "말러는 세상의 모든 것을 하나의 교향곡 안에 넣으려 했고 특히 2번은 채워넣을 것이 많은 텅 빈 캔버스처럼 많은 연주자들의 힘을 필요로 하는 곡"이라고 말했다. 또 '부활'은 그에게 모든 오케스트라를 통틀어 가장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이 곡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25년 전 버밍엄 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던 그가 이 악단과 녹음한 2번 음반이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뽑은 '올해의 음반상'을 받았다. 이 음반은 지금도 명 연주 앨범으로 꼽힌다.

그와 말러 작품의 인연은 유난히 깊다. 1987년 베를린 필의 데뷔 연주회에서 교향곡 6번을 지휘했고 2002년 베를린 필 음악감독 취임 공연에서는 교향곡 5번을 연주했다. 2번을 1895년에 세계 초연한 교향악단도 베를린 필이다.

'러시아 음악의 차르(황제)'라 불리는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2007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 취임 이후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에 도전하고 있다. 이번에 5번 음반을 내놓으면서 교향곡 전곡 녹음의 대장정에서 9번만 남겨두게 됐다. 게르기예프는 이 곡의 연주 실황을 뉴욕 필의 연주로 처음 접했다고 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로 꼽힌다.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객원 수석지휘자,로테르담 필하모닉 수석지휘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전용기를 타고 다니며 하루에 2개국 연주회도 소화하곤 한다.

숨가쁜 공연 일정 탓인지 이번 말러 교향곡 전곡 음반의 평은 앨범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6번 음반은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포노 포럼의 '이달의 음반' 등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3,8번 등은 지극히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백야페스티벌에서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와도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