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한국 대기업 매력…제2의 포스코 찾고 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21일 "한국에는 투자할 만한 대기업이 많고 기회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에 대해 "지금도 보유를 꺼리고 있고 앞으로 보유할 가능성도 낮다"면서도 포스코에 대해선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철강회사(incredible steel company)"라고 극찬했다.

버핏 회장은 이날 대구텍 제2공장 기공식에 이어 가진 기자회견에서 "추가로 투자할 한국 기업을 찾고 있으며 일본 지진이나 남북한 관계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벅셔해서웨이는 현재 380억달러의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며,이 중 200억달러는 현금으로 보유할 계획이라고 버핏 회장은 소개했다. 그는 "좋은 기업이 있으면 금액에 관계 없이 투자할 것"이라며 "투자 대상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투자원칙으로 "시가총액이 큰 대기업을 선호한다"며 "업종보다는 개별 기업의 상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관련,"미국을 제외하고 10억달러 이상 투자한 기업 3~4개 중 하나가 지분 4% 안팎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라며 "2007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포스코는) 벅셔해서웨이가 갖고 있던 유일한 한국 기업으로 아직 판 적이 없다"고 소개했다. 벅셔해서웨이의 포스코 지분율은 작년 말 기준 4.5% 규모다.

버핏 회장은 "한국의 우량 중소기업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투자 업체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삼성전자 같은 IT주 투자를 꺼리는 이유에 대해 "10년 후 기업의 모습이 어떨 것인가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IT주는 판단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회복했지만 버핏 회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는 0.11% 하락한 반면 포스코는 1.20% 올랐다.

일본 대지진에 대해 버핏 회장은 "일시적 타격이라면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대지진과 경제적인 후유증 같은 일시적 충격 때문에 미래 전망을 흐리게 보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일본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지금 시점에는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사태도 미국의 9 · 11테러 때처럼 문제가 해결되고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핏 회장은 청와대를 예방해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버핏 회장이 기업인이라 전 국민이 잘 알고 있다"며 "좋은 모범이 돼 한국 국민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다음 주주총회 때 한국의 성공사례를 보여줄 예정"이라며 "한국은 유망한 제조업 국가인 동시에 유망한 시장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 성공의 원천은 지성과 열정이고,한국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많은 요인들을 가진 나라"라고 강조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