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 지역 유화 업체들의 가동 중단으로 국제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는 가운데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원료는 파라자일렌(PX)이다. PX 가격은 지난 주말 t당 1760달러를 돌파하며 대지진 사태 이후 1주일 만에 116달러 치솟았다.

합성수지 원료인 에틸렌의 가격 상승세는 예상외로 완만한 반면 화섬 원료인 PX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PX는 주로 정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방향족(BTX · 벤젠,톨루엔,자일렌) 공장에서 나오는 자일렌의 한 종류로,섭씨 1000도 가까운 열로 나프타를 쪼개 나오는 부산물이다. 화학 업체들은 정유사로부터 조달받은 PX에 에틸렌글리콜(EG)을 섞어 화학섬유 중간 원료인 고순도테레프탈산(TPA)을 만든다. PX는 TPA 제조원가의 80%를 차지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폴리에스터 섬유를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PX가 필요하다.

이처럼 PX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최근 글로벌 화섬 수요가 증가하면서 PX 공급이 달리는 가운데 JX NOE와 코스모석유 등 일본 대형 정유사들의 가동 중단으로 아시아 시장에 일본산 PX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면화 작황 부진으로 대체품인 화섬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면화 주요 생산지인 중앙아시아 지역의 면화 공급량이 이상기후 영향으로 크게 줄어든 데다 최대 면화 생산국 중 하나인 파키스탄도 작년 홍수 피해로 생산량이 감소했다.

인도 역시 국내 수요 증가를 이유로 면화 수출 제한 조치를 내렸다. 이런 이유로 일본 지진사태 이전에도 PX 가격은 초강세를 나타냈다. PX 국제 가격은 작년 7월 t당 852달러에서 올해 1월 1540달러로 80.7% 급등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조사본부장은 "일본발(發) PX 생산 차질이 최근 1주일 사이 PX 국제가격을 끌어올린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일본 정유사들의 공장 가동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는 이상 PX 가격 강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와 삼성토탈 KP케미칼 등이 연간 총 500만t 규모의 PX를 생산하고 있다. 수출 가격 상승으로 관련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KP케미칼 등 PX와 TPA 생산설비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업체들은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