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차급 가격 폭락 조짐…한 달사이 최대 300만원 ↓
日지진 여파 중고 일본차 관심도 떨어져


일본 대지진 여파와 고유가에 따른 중고차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차에 대한 구매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질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기름 많이 먹는 대형차는 찬밥 신세에 처했다.

21일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기름값이 전국 평균 ℓ당 2000원대를 유지하면서 기존에 타던 대형차를 중고차 시장에 팔겠다는 판매 문의가 평소보다 3배가량 늘었다. 중고차 구매자는 줄어든 반면 판매자는 늘었다는 것이다.

중고차 시세의 경우 3월 들어 배기량 2000~3000cc급 대형차는 수입 및 국산 승용차가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300만원까지 가격 하락을 보이고 있다. 기름 적게 먹는 경차와 소형차 가격은 보합세를 이어간 반면, 대형차는 가격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대비 국산 대형차 시세는 2008~2009년식 현대차 그랜저TG가 100만~120만원, 제네시스와 뉴에쿠스는 150만원씩 떨어졌다. 또 수입차는 2009년식 혼다 레전드가 전월 대비 200만원, 2008년식 아우디 A8 및 폭스바겐 페이튼은 각각 300만원씩 하락했다.

임민경 SK엔카 팀장은 "고유가로 수입 대형차의 경우 시세가 올 초와 비교해 많게는 300만원까지 떨어졌다"며 "유가가 안정될 때 까지 수입 대형차의 시세 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차업계가 최근 생산공장 조업 중단 및 부품 수급 차질 현상을 빚으면서 만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산 승용차의 수요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고차 정보사이트 카즈는 자사 홈페이지 방문객의 일본차 브랜드 접속 빈도가 떨어지는 등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카즈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3~10일) 사이 일본차 브랜드에 대한 접속 조회수는 일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인기 중고차인 렉서스 IS 모델의 조회수는 이달 11~18일보다 49% 감소했고, 베스트셀링 중고차인 혼다 어코드의 조회수는 53%까지 떨어졌다.

일본 자동차업체가 잇따라 조업 중단을 발표하며 부품 수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게 중고차업계의 관측이다.

신경민 강남 중고차 매매딜러는 "유가 상승과 대지진으로 수입차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었다"며 "중고차까지 지진의 영향을 받는 것은 여진 등의 문제로 부품 생산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즈 관계자는 "작년 2월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 때만 해도 일부 모델의 시세에는 약한 변동이 있었지만 다른 차종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이번 지진은 일본차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산 중고차에 대한 가격 변동을 점치기는 이르며 단지 인터넷 조회수가 떨어진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은 신차 시장보다 소비자 반응이 1~2개월 늦게 찾아온다"며 "당장 일본차 시세가 떨어진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