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희망과 공포의 교차점에 서 있다.

일본 대지진 악재는 서서히 수습되고 있지만 중동 사태는 여전히 예측하기 힘들다. 당분간 출렁임이 예상되는 가운데 21일 코스피지수는 1990선을 회복하고 2000선까지 바라보며 안도랠리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현 시점에서 어떤 변수보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엔화의 방향성이다. 지난 18일 주요 7개국(G7)의 외환시장 공조개입으로 엔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멈춘 뒤 81엔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다만 'G7 환율공조 효과'에도 해외자산 매각 등에 대한 우려로 엔화 강세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엔고 수혜 업종을 중심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주이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베 대지진 이후 엔화가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기까지 8개월이 소요됐다"며 "당시보다 피해규모가 월등히 크고 일본으로의 자금환류가 더 오랜 기간 진행될 것임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원래 수준으로 복귀하기까지 3분기 이상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지진으로 인한 기반시설의 피해와 엔화 강세는 결국 일본의 수출 부진으로 이어져 전기전자와 화학, 자동차 등 한국 수출 업체들의 반사이익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윤지호 한화증권 연구원도 "재건사업을 위한 통화 발행으로 엔화는 약세를 보이겠지만 지금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단기적으로 해외에 투자된 자금 환수로 엔화 강세 심리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연구원은 "원·엔 환율은 다시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에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중기적으로는 엔화 약세와 유가 하락을 결부시켜 영향력을 판단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비아 사태가 조기 종결될 경우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은행의 직접적인 자산매입 프로그램 강화로 엔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반작용으로 달러 강세가 수반돼 유가 하락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와 유가 하락의 조합은 금융시장의 안정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증시에 긍정적"이라며 "과거에 비춰볼 때 100엔당 1300원 수준까지는 국내 자동차와 화학 등 일본 경합 업종이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