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5대 강국을 향하여…과학기술 인재 10만명 키우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핵심기술 인력 없이 'G5' 진입 불가능…엔지니어 존경 받아야 '스트롱코리아'
'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구제역,나로호,천안함,연평도 피격….'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뭘까? 얼핏 보면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문제의 본질이 모두 '과학기술'에 있다.
'원전 강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영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술(설계 · 제작 · 시공) 자립도도 95%로 높다. 문제는 핵심 설계코드(머리)와 원자로 냉각순환펌프(심장) 등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일본 후쿠시마 원전처럼 연쇄 폭발이 일어나면 속수무책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고위 관계자는 "노심 용융,냉각계통 및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이상에 대비한 기술 점검은 이뤄진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원자력 분야 연구 · 개발(R&D)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원자력학회에 따르면 2020년까지 1439명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국내에서 배출하는 원자력 석 · 박사는 한 해 76명뿐이다.
340만마리의 가축을 희생시킨 구제역 재앙.'인력 의존형'이 아닌 과학기술이 뒷받침된 첨단 방역시스템만 갖췄다면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자성론이 나온다. 10년간 37건의 구제역 관련 R&D를 진행했지만 가축 전염병 치료제 개발에 그쳤다. 뒤늦게 범 정부 차원의 '구제역 R&D 기획단'을 만들어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나로호(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발사가 두 차례나 실패한 것은 과학기술의 '기초'(기초 원천기술)가 허약한 탓이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피격은 '국방과학'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2차 세계대전을 하루 만에 끝내버린 게 원자폭탄이라는 과학기술이다.
570여년 전 세종대왕(1418~1450) 때 독창적인 과학발명품을 쏟아냈지만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게 우리 과학기술의 현주소다. 국가적 재앙에 맞서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총체적 위기다.
주입식 교육에 지친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에 흥미를 잃는다. 대입 수험생들은 이공계 진학을 꺼린다. 올해 연세대 · 고려대 이공계 최초 합격자 중 30~40%는 등록을 포기했다. '공대 명가' 한양대는 아예 공대 정원을 줄였다. 공대생들은 의사 · 변호사에 관심이 더 많다. 의 ·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 10명 중 9명은 이공계 전공자다.
이공계 인재가 고갈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경제신문이 '과학 · 기술 인재 10만명 육성'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9년 만에 '스트롱코리아' 캠페인을 재개하는 이유다. 율곡 이이가 '10만 양병설'을 외쳤듯이 지금부터 미래 산업을 짊어질 과학인재 양성에 투자하자는 취지다. '과학기술 5대 강국'에 진입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이건호/이해성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