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체제 출범으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야권 내 차기 대권주자 간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참당이 의원 한 명 없는 원외정당이나 개인 지지율에서는 유 대표가 제1야당의 손 대표를 앞서고 있어 향후 두 사람 간 '제로섬'형태의 지지율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누가 지지율 15% 고지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대권 경쟁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오는 4 · 27 재 · 보선이 당 대표 간 첫 시험대다.

국민참여당은 19일 전당대회에서 대표 후보로 단독 출마한 유시민 전 정책연구원장을 97%의 지지율로 선출했다. 새 대표의 임기는 총선이 치러지는 내년 4월까지로 1년이다.

유 대표의 취임 일성은 "노무현 정부의 부채를 갚겠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한계도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참여정부는 비정규직과 소득격차 등 경제사회적 양극화를 막지 못했고,복지지출을 확대했지만 대한민국을 토목건설국가에서 복지국가로 바꾸는 데는 이르지 못했고,지역구도 타파와 정당 민주화 등의 정치혁신 노력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참여정부의 실패 위에서 출발하겠다는 의지다.

원외 정당의 설움을 겪고 있는 국참당은 김해을 선거를 통해 원내진입을 노리고 있다. 민주당은 순천을 지역 무공천에 이어 정치적 상징성이 큰 김해을마저 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단일화 과정과 그에 따른 선거결과가 두 사람의 향후 진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가 강원지사와 김해을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승리를 일궈낼 경우 답보상태인 지지율에 돌파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반대로 유 대표가 김해을에서 자체 후보로 승리한다면 야권 내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반면 패할 시에는 야권 내 입지가 크게 약화될 수도 있다. 게다가 친노 그룹의 핵심인 이광재 전 지사가 유 대표 선출 시점에 '손학규 대통령 후보'를 공식 지지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친노 간판을 달고 있는 유 대표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손 대표 측이 유시민 대표체제에 대해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야권연대가 보다 활발해지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원론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