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노벨상 탈만한 젊은 과학자 집중 지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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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연구성과가 중요"
"젊은 과학자들의 연구를 적극 도와 이들이 노벨상에 한발 다가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습니다. "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58 · 사진)은 지난 17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노벨상 수상자의 업적은 30대에 이룬 연구 결과가 대부분인데 우리나라는 연구 지원 부족으로 이 시기를 허비하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은 학문과 연구 분야의 기초 · 원천연구를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곳으로 2009년 6월 과학재단,학술진흥재단,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 등 3개 기관이 통합,출범됐다.
지난 1월20일 취임한 오 이사장은 올해 기초연구진흥사업 예산 9451억원의 9%(891억원)에 불과한 일반(신진) 연구자,국내외 포스닥(박사후 연구원) 등의 지원 비중을 3년 임기 내 15%까지 높이겠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젊은 연구자를 초빙해 50만달러의 연구비를 줍니다. 연구를 통해 곧바로 업적을 쌓을 수 있도록 연구 설비도 잘 갖추고 있죠.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연구 기반을 마련하는 데 5~10년씩 걸리기 일쑤여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
오 이사장은 본인의 경험을 소개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 교수로 부임한 1984년 5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는 것.그는 "연구 시설도 부족해 평소 알고 지내던 미국과 일본의 대학에 가서 실험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다보니 나만의 독창적 아이디어를 해외 학자와 공유할 수밖에 없었고 연구 성과를 내는 데도 10년이나 걸렸다고 덧붙였다.
"이래서는 안됩니다. 우리나라가 한창 아이디어가 퍼뜩이고 도전적이고 의욕적으로 연구해야 할 시기를 낭비해서는 과학기술 강국이 될 수 없습니다. "
그는 연구 과제의 선정 및 평가 관리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 제도를 엄격히 운영할 계획이다. 국내외 다른 연구자들이 시도하지 않은 독창적이면서 탁월성에 기초한 가능성을 평가해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창의적인 연구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 2월 상반기 '모험연구' 46개 연구 과제 선정 공고를 냈는데 949개 과제가 접수돼 경쟁률이 34 대 1에 달했다"며 "5명의 전문 심사단을 구성해 평가 · 선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험연구 과제일수록 실패할 위험이 큰 만큼 올해부터 실패하더라도 성실하게 연구했다면 불이익을 주지 않는 '성실실패 용인제도'를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물리학과 71학번인 오 이사장은 고등학교 시절 수학과 물리에 관심이 많아 이과를 선택했다. 해부가 싫어 의대를 포기하고 자연대에 들어갔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세계적 과학자의 꿈을 키웠는데 석학이 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한때 고민이 많았죠.하지만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어 과학자가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
고체의 성질을 이해하는 학문분야인 고체물리학의 세계적 석학인 오 이사장은 1988년 '전이금속산화물의 전자구조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197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영국인 모트(Mott) 이론의 한계를 밝혀냈다. 이 성과로 1998년 한국과학상을 받았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며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교과부가 추진하는 '스트롱 코리아' 캠페인의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성과를 낸 한국 과학자들이 과거에는 애국심이 있어서 모국의 초빙에 응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된 연구 기반을 갖추는 것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