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상장 저축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최대 3~4%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격이 큰 일부 저축은행은 상장폐지까지 고려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17일 발표된 정부의 저축은행 종합대책으로 영업에 타격이 예상돼 저축은행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당초 예정대로 상장 저축은행에 대해 오는 7월부터 IFRS를 적용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IFRS 도입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회계기준의 글로벌화를 위해 모든 상장사에 적용키로 한 IFRS를 저축은행업계에만 유예시켜줄 수 없다"며 "가장 타격이 심한 건설업계에도 적용키로 한 만큼 저축은행업계에도 예정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IFRS가 도입됨에 따라 상장 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자체적으로 산정한 결과 3~4%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상장 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8~9%인 점을 감안하면 3~4%포인트 하락할 경우 5% 미만으로 떨어지게 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IFRS가 저축은행에 치명적인 것은 개별 대출채권의 담보를 현재가치로 다시 평가토록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담보가치를 부동산경기 활황 시절인 2007~2008년 기준으로 설정한 PF대출 역시 충당금 부담이 가중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담보 가치가 2007~2008년 당시의 60~7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라며 "PF대출도 담보가치가 낮으면 신용대출로 재분류해야 하기 때문에 충당금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더욱이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한 PF대출 채권에 대한 충당금도 급증해 BIS 비율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작년까지 저축은행이 캠코에 매각한 4조1000억원 규모의 PF대출에 대한 충당금을 3년간 나눠 적립토록 했다. 그러나 IFRS가 도입되면 이를 일시에 적립해야 한다. 당초 2011년,2012년까지 쌓기로 한 PF대출 충당금도 모두 올해 쌓아야 한다.

정부가 IFRS 도입을 유예시켜줄 것으로 기대한 상장 저축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A저축은행은 IFRS 도입에 앞서 상장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비상장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주주들로부터 일정기간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B저축은행은 BIS 비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계열사 매각이나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유상증자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회장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IFRS 도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상황에서 이를 저축은행에 도입하면 견딜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BIS 비율이 5% 수준으로 떨어지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IFRS를 적용받는 상장 저축은행은 푸른 · 진흥 · 솔로몬 · 한국 · 제일 · 신민 · 서울저축은행 등이다.


◆ 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국제회계기준).기업 회계 처리와 재무제표에 대한 국제적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세계 117개국이 수용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모든 상장회사에 의무 적용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