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이 속담에는 어려움이 닥쳐도 정신을 잃지 않으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조상들의 교훈이 담겨 있다.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가 증폭한 혼돈이 재테크 시장을 감싸고 있다. 주식투자자도 원자재 · 외환투자자도 시장이 예측불허로 움직이자 혼란을 겪고 있다. 주식투자 창구에는 불안한 투자자들의 상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기업 동향,북한 도발 등 국내 뉴스 외에도 재스민 혁명과 같은 국제 뉴스에 더욱 민감해졌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선호한다. 금융상품의 경우 수익률이 낮더라도 원금을 보장하는 ELD(Equity Linked Deposit · 주가지수연동예금)를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1000만원 이상씩 들고 은행을 찾는다. 이 상품은 예금자 보호가 되는 데다 원금 보장과 주가지수 등락에 따른 수익률을 추구해 보수적인 투자자에게 안성맞춤이다. 비슷한 주가연계상품으로 대부분 채권에 투자하는 ELS(Equity Linked Securities · 주식연계증권)와 ELF(Equity Linked Fund · 주가지수연계펀드)보다 '덜 먹더라도 안전하다'는 심리에서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안전자산 선호로 재건축 예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어떤 강남 부자들은 아예 집에 개인금고를 마련,5만원짜리 지폐 다발을 넣어두고 있다. 위험상품에 투자하거나 소득에 따른 세원을 노출시키느니 현찰로 유용하게 쓰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다. 자식들에게 자동차를 사주거나 생활비를 주고 손자 학원비까지 내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월가에서는 투자자들이 항상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므로 심리적 요인을 경제학에 반영해야 한다는 행동주의 경제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 모델에서는 투자자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 현재의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자산 가격의 거품까지 낳는다.

반면 투자자는 손실을 보기 시작하면 비정상적으로 손실 위험에 대한 혐오 증세를 보이면서 비정상적인 가격 급락을 가져온다고 한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바짝 차리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