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잇단 악재에 일단 현금 확보…증시에도 '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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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에 살면서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는 서모씨(43)는 최근 보유하고 있는 적립식 펀드에 돈을 추가로 넣었다. 리비아 내전과 일본 대지진 여파로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주식시장이 크게 떨어질 때였다. 서씨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아지고 그 영향이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지만 시장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등 다른 투자는 쉬어가며 상황을 보겠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지금처럼 많지 않은 돈이라도 반드시 베팅할 것"이라고 투자원칙을 소개했다.
강남 부자들은 최근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는 한템포 쉬고 있는 분위기다. 여윳돈은 주식과 현금성 자산에 넣어가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언제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이자를 주는 현금성 자산에 '실탄'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증시 기웃
이 같은 현상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16일 15조4102억원으로 일본 대지진 사태 이전인 이달 초(14조2000억원대)보다 1조원 이상 늘었다. 고객예탁금은 주식투자를 할 때 개설하는 계좌의 자금을 말하며 주식투자 대기자금 성격으로 분류된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도 자금이 모여들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 잔액은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하루 평균 1200억원씩 빠지다 이후 △14일 912억원 △15일 1317억원 △15일 323억원 △16일 2260억원 등으로 점차 많아지고 있다.
작년 말부터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자문형랩(랩어카운트)도 성장세는 주춤하지만,돈이 꾸준히 들어오는 모습이다. 대우 · 한국투자 · 삼성 · 미래에셋증권 등 10대 주요 증권사의 자문형랩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 7조5267억원으로,1월 말의 7조2679억원에 비해 한 달 반 동안 2588억원 증가했다.
일본 대지진 참사와 원전사고가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지만,그에 따른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H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남의 불행을 투자 기회로 삼으려는 것은 아니고 일본 대지진 사태 초기에 너도 나도 주식을 팔아치우며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반대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하루 100포인트 움직이며 1900선 아래로 잠깐 떨어졌을 때 특히 그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주가가 많이 떨어지자 종목에 의미가 없다며 해외 펀드는 제외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에 납기일이 아닌데도 자금을 추가로 넣어 달라고 전화를 걸어온 고객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현금성 자산으로 투자 대기
부동산 분야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꾸준한데 시장이 급격히 달라진 게 없어서다. 일본 지진 참사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은 크지 않다. 김태성 우리투자증권 역삼동 GSWM점 PB(부장)는 "부동산은 투자금액이 커 무거운 데다,움직임도 최근 많지 않았다"며 "지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리모델링 움직임이 나타나는지 묻는 정도"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부자들은 여윳돈을 현금성 자산에 넣으면서 다음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 예금보다 이자율이 높은 단기 자금 투자처에 돈이 들어오는 모습이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물가 안정을 위해 최근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리자 이런 모습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이들 금리도 영향을 받아 따라 오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MA 잔액은 지난 16일 기준 44조2060억원으로 지난달 말 43조3000억원대보다 1조원 가까이 많아졌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CMA는 은행 예금처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데다 하루만 맡겨도 연 3% 안팎의 금리가 붙는다"며 "1억원 이하를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넣으면 연 0.1%의 이자를 주는 것과 비교하면 메리트가 상당해 CMA 자금이 불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여기에 모인 자금은 바로 출금이 가능하고 주식계좌로 이동이 간편해 시장 상황이 바뀌면 바로 투자에 나설 수 있어 투자 대기성 성격이 짙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물가 상승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물가연동채권도 부자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물가연동채권은 지난달 2150억원어치가 팔렸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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