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이 금 원유 비철금속 농산물 등 원자재 시장도 뒤흔들어 놓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와 이집트 리비아 바레인 등 중동지역의 정치 불안에 따라 계속되던 원자재값 강세 현상은 일본 대지진 이후 한풀 꺾인 모습이다. 다만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금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비아 바레인 등 중동 지역의 소요가 아직 계속되고 있는 데다 지진 사태로 인한 일본 지역의 수요 감소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원자재 가격이 머지않아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에서 방사성 물질 유출 우려 등 추가적인 이슈가 등장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널뛰기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변동 심한 원자재값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WTI) 원유 근월물의 가격은 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7일만 해도 배럴당 105.44달러였으나 지진 당일(11일) 1.5% 떨어져 101.16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15일에도 97.18달러로 4% 가까이 폭락,100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근월물도 9일 배럴당 115.94달러에서 11일 113.84달러로 떨어졌으며 15일 108.52달러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16~18일에는 일제히 반등에 성공,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대와 110달러대로 올라섰다.

반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물 금선물 가격은 10일 온스당 1412.50달러였으나 지진 발생 당일 1421.80달러로 0.66% 올랐다. 금 가격은 원전 폭발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15일에는 1392.80달러로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연일 상승세를 타 다시 1410달러대로 올라섰다.

◆분할 매수로 리스크 줄여야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각종 이슈에 따라 널뛰기를 하면서 향후 가격 움직임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섣부른 투자보다 시장 상황을 차분히 지켜보며 분할 매수로 리스크를 낮추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일본 대지진 사태가 더 이상 심각해지지만 않는다면 원자재 가격도 다시 과거의 흐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재앙 수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면서 분할 매수 전략을 취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특히 금은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투자자산"이라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더라도 충분히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금 투자 상품은 달러화로 표시되므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더라도 달러화 강세로 상쇄할 수 있어 수익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원자재펀드 중 금 · 광업주 펀드 유망

원자재 투자는 대부분 펀드를 통해 이뤄진다. 원자재 펀드에는 광물회사 등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와 지수 변동에 따라 움직이는 인덱스 펀드 등 크게 2가지가 있다. 금 원유 농산물 비철금속 등 종류에 따라 상품도 다양하다.

펀드 전문가들은 금 · 광업주 펀드에 대해서는 매수를 추천하는 반면 농산물 펀드는 비중을 축소할 때라고 조언한다. 특히 귀금속 · 비철금속에 고루 투자하는 광업주 펀드는 유망 펀드로 추천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는 데다 일본 대지진 복구 과정에서 구리 철강 등 광물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대 수익률이 가장 낮은 펀드로는 농산물 펀드가 꼽혔다. 작년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가격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