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이 열리면서 썩은 냄새가 또 진동할 모양이다.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초대형 부패사건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서서히 높아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어제 삼화저축은행 본사와 이 회사의 대표 · 대주주 자택 등 5곳을 압수 수색했다. 이미 부산저축은행과 그 계열사들 그리고 보해 · 도민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대검 중수부와 부산지검 광주지검 춘천지검이 각각 관련 장부를 압수한 상태다.

이들 8개 저축은행은 경영난으로 예금지급이 어려워졌고 금융위원회가 이미 6개월간의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부실업체다. 검찰은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 대출 · 횡령 · 배임 혐의와 저축은행 인수 과정에서의 특혜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계획이라고 한다. 권력형 비리를 전담하는 중수부까지 나선 만큼 정 · 관계 로비 의혹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논란이 많았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부패의 고리였을 개연성이 높다고 한다. 저축은행들의 부실에는 대주주와 지역 토호세력들이 깊숙이 관여돼 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감사원 조사결과도 그렇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영업정지된 15개 저축은행의 부실규모는 모두 1조7970억원이었다. 이중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액이 77%를 넘는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지역 토호들 그리고 대주주들의 사금고화 같은 지극히 후진적인 금융부실이 아직도 만연해 있다는 것은 정말 개탄스런 일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부동산 PF 부실채권을 사주는 방식으로 작년까지 저축은행에 지원했던 자금이 4조1000억원이나 되지만 이마저도 부족해 올해 또 3조5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게다가 금융위는 2008년에 BIS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이고 고정 이하 여신비율이 8% 이하인 저축은행을 8 · 8클럽이라고 명명하고 이들에게 80억원 이상의 대규모 대출을 허용했다. 그림에서 보듯 저축은행 수신규모가 2000년 18조8028억원에서 2010년 76조7924억원으로 급증한 것은 정책적 배려 없이는 설명하기 힘들다. 특혜를 줘 부동산 PF 대출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지금 같은 부실을 가져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감사원이 지난 17일 금융위와 금감원에 이례적으로 기관주의를 내린 것은 당연하다.

더 큰 문제는 금감원 등의 퇴직 공직자들이 마치 제 집 돌아가듯 저축은행 감사 · 이사로 내려가면서 이들을 비호하는 부패의 커넥션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부산저축은행 그룹 5개사만 해도 8명이나 자리를 잡고 있다지 않은가. 저축은행을 키워주는 외형을 취하면서 그것에서 부패를 만들어 내는 정 · 관계 유착이 마치 독버섯처럼 퍼져나간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전격적으로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고 저축은행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는 등 잇단 개혁에 나서고 있는 것은 분명 잘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후진형 커넥션이 근절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정책도 효과를 낼 수 없다. 중수부는 용기를 가지고 이번 저축은행 사태를 철저하게 파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