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밤에 뜨는 보름달은 아주 특별한 보름달이다. 지구와 달의 거리가 19년 만에 가장 가까워지면서 평소보다 더 크고 밝은 '슈퍼 문(super moon)'이기 때문이다.

특이한 자연 현상에는 흉흉한 소문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슈퍼 문은 최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강진,쓰나미와 맞물려 '대재앙의 징후'로 둔갑돼 인터넷상에 유포되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슈퍼 문과 자연재해는 연관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타원형' 달 공전궤도 때문

슈퍼 문이란 지구 주위를 타원형 궤도로 공전하는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달 근지점(lunar perigee)' 현상과 '보름달(full moon)'이 겹칠 때를 가리킨다. 지구와 달의 거리가 가장 멀 때에 비해서는 최고 14% 더 크고 30%나 더 밝게 보인다.

달은 매월 근지점을 지나지만 이때가 마침 보름달과 겹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인터넷에 괴소문이 돌아다닌 배경도 슈퍼 문이 일정 주기 없이 우연히 발생하는 현상인 것과 무관치 않다. 한국천문연구원 관계자는 "달만 지구를 공전하는 게 아니라 지구도 태양을 공전하고 스스로 자전까지 한다"며 "화성 등 여러 행성의 영향도 받기 때문에 변수가 너무 많아 주기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재앙 징후"…달은 억울하다

일본 대지진에 맞춰 인터넷상에 퍼졌던 '슈퍼 문 대재앙설'은 지금까지 슈퍼 문이 목격됐던 해 세계 각지에서 기상이변 재해가 났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슈퍼 문 2주 전 발생한 2005년의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1974년에 발생한 호주 사이클론 등이 대재앙설의 근거다. 지난 11일 일본에서 규모 9.0 강진이 발생하자 이 주장은 더욱 힘을 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슈퍼 문이 화산과 지진에 영향을 준다는 건 '난센스'라고 일축한다. 이재원 기상청 기상자원과장은 "달이 지구와 가까워지면 인력 때문에 조수간만의 차가 커지는 것은 맞지만 다른 자연현상에 영향을 준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번 슈퍼문의 영향으로 서해안에는 18~24일 사이 바닷물 수위가 2002년 이후 거의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다. 호주 천문학자 데이비드 리네케는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마음만 먹으면 무슨 재앙이든 태양과 행성에 못 갖다 붙이겠느냐"며 슈퍼문과 대재앙설과의 연관성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새벽 4시 절정… 구름에 가릴 듯

이번 슈퍼 문은 19일 오후 6시19분에 떠서 20일 오전 5시49분 진다. 20일 오전 4시10분께 지구와 가장 가까워져 가장 크고 밝을 것으로 천문연구원은 전망했다. 지구와 달의 평균 거리는 약 38만㎞인데 이날은 35만6215㎞까지 근접한다. 올해 달이 가장 멀어질 때는 10월11~12일인데 40만6434㎞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마니아들은 흔치 않은 광경을 렌즈에 담을 생각에 들뜬 모습이다. 사진 동호회에서는 너도나도 주말 '슈퍼 문 출사'를 준비하는 등 보기드문 자연현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슈퍼 문을 국내에서 또렷하게 보기는 쉽지 않겠다. 기상청은 토요일인 19일 전국에 구름이 끼고 밤부터 호남,제주 지방을 시작으로 비가 오겠다고 예보했다. 비는 20일 새벽 전국으로 확대되고 남부 지방에는 21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말 서울을 포함한 중부 지방에 황사가 올 가능성도 높아 날씨 궂은 주말이 될 전망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