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 발생 8일째인 18일 후쿠시마(福島) 원전은 여전히 멈춰선 상태다. 지진으로 일부 발전기의 냉각시스템이 손상돼 원자로 격납고 내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면서 연일 방사선을 뿜어내고 있다.

◆1원전 1~4호기 폭발 가능성 배제 못해

후쿠시마 원전엔 제1원전 1~6호기,제2원전 1~4호기 등 총 10기의 발전기가 있다. 이들 발전기는 진도 6 규모 이상 지진 발생시 자동으로 가동이 멈추게 설계돼 있다. 그러나 지난 11일 발생한 진도 9.0의 강진과 10m 이상의 쓰나미는 30년 이상된 건물 외벽을 맥없이 무너뜨렸으며,원자로 내 모든 전력 공급 시스템까지 파괴시켰다.

전력 공급이 안 되자 원자로 내 노심의 온도는 비정상적으로 상승,노심 용융을 일으켰다. 우라늄으로 이뤄진 핵 연료봉이 고열로 녹아내리며 외부의 수소와 충돌,폭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방사선이 누출됐고 격납용기의 필터링을 거쳐 외부로 퍼져나갔다. 도쿄전력은 17일 1호기 핵연료봉의 70%,2호기의 30%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냉각수 부족으로 연료봉이 며칠씩 장시간 공기에 노출됐기 때문에 덮고 있는 금속 피복재에 작은 구멍이 나 균열이 생긴 것이다.

2호기는 격납용기에 있는 '압력응축 장비'에서 폭발이 일어나 균열이 생겼다. 3호기의 격납용기 손상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앞서 가동이 중단됐던 5,6호기에도 냉각장치 이상이 감지됐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18일 "상태가 심각한 2호기부터 외부 전력발전소로 연결하는 전력선을 부설하고 19일 이후 전력 공급을 재개,냉각수 펌프를 가동할 계획"이라면서도 "(대폭발이란 ) 최악의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위기관리 부재,도쿄전력 은폐 의혹

현지 언론은 정부의 위기관리 역량 부재와 함께 도쿄전력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원전운영 공기업인 도쿄전력이 원전 피해 상황을 축소,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원전 사고 초기에 나온 미국의 기술적 제안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민주당 고위 당료의 말을 인용,"후쿠시마 원전이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입은 직후인 11일 미국이 원자로 냉각에 대한 기술적 지원 제공 의사를 밝혔으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도쿄전력은 언론을 통해 원전의 전력 공급이 조만간 이뤄질 것처럼 알렸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은 "간 나오토 총리가 대지진 발생 이후 적극적으로 위기 대처를 시도했던 모습이 언론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그의 리더십에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