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국제 곡물 및 원자재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펀드 자금의 이탈로 소맥(밀) 옥수수 원당 등 농산물 가격이 급락했으며,고공행진하던 니켈 등 비철금속 가격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반면 일본의 생산시설 가동중단 사례가 늘어나면서 파라자일렌(PX) 등 일부 석유화학 기초원료 가격이 급등하고,바닥권에 머물던 반도체 가격도 올랐다.

◆소맥 · 원당 나흘 만에 10% 급락

밀가루 원료인 소맥(5월 인도분)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부셸당 662.0센트를 기록,작년 11월26일(648.25센트)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저가로 떨어졌다. 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10일과 비교하면 4거래일 만에 10.6% 급락했다.

설탕 원료인 원당 값도 일본 대지진 이후 9.9% 내렸다. 원당(5월 인도분)은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파운드당 25.85센트로 장을 마쳐 작년 10월7일(25.16센트)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식용유 사료 전분당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옥수수 가격도 같은 기간 9.7% 하락했으며,면화와 대두도 최근 4거래일 동안 각각 7.9%와 5.0% 떨어졌다.

비철금속 가격도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영국 런던금속거래소에서 니켈(3개월물)은 t당 2만5400달러에 거래를 마쳐 대지진 직전에 비해 2.3% 내렸다. 전기동 가격도 최근 4거래일 동안 1.5% 하락했으며,아연 주석 등 다른 비철금속들도 모두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국내 비철 스크랩 가격도 크게 내렸다. 이달 초 t당 1130만원에 거래되던 고급 동스크랩인 '밀베리'는 t당 1000만원까지 밀렸다.

니켈 가격에 연동되는 STS 스크랩 가격도 이달 초 t당 270만~280만원 선에서 250만~260만원 수준으로 7%가량 떨어졌다.

◆에틸렌 등 유화원료 공급난 우려

일본 동북부 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공장들이 지진 피해를 입으면서 에틸렌 PX 등 유화 기초원료들은 물량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떠나 PX물량 자체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PX가격은 17일 t당 1795달러로,지난 주말에 비해 8.7%(144달러) 뛰었다. PX는 화학섬유를 만드는 PTA의 원료로 일본 전체 생산능력의 25%가 이번 지진으로 가동을 멈췄다. t당 1321달러를 유지하고 있는 에틸렌 가격도 조만간 강세로 전환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배영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은 "주요 화섬원료 가격의 강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도 단기 급등했다. 지난주 개당 1.04달러로 바닥권에 머물던 DDR3 1GB D램 가격은 이날 1.14달러로 이번 주 들어서만 9.6%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산업시설의 피해로 물량 수급에 문제가 생긴 유화원료 가격은 강세를 보이는 반면,곡물 비철금속 등은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손양림 코리아PDS 연구원은 "중동 불안 장기화에 이어 일본 대지진까지 발생하면서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비철금속 등 원자재에 들어갔던 투기자본들이 서둘러 빠져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철수/심성미/조재희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