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일본 대지진 여파에다 3월 정기주총 시즌을 맞아 상장폐지 기로에 선 기업들이 속출해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량 상장사들은 투자자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에서 서둘러 짐을 싸고 있다.

◆퇴출위기 기업 속출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사인 스톰이앤에프는 외부감사인인 서린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거절'을 통보받았다. 서린회계법인 측은 "작년에 대규모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발생했고,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크게 초과한다"며 "소속 연예인이 이탈하고 주요 사업부인 커피체인점 사업부가 매각되는 등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배합사료업체 세븐코스프도 감사범위 제한과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다. 감사의견이 '의견거절'과 '부적정'인 경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되며 해당 기업들은 7일 안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코스닥에서 작년 '의견거절'을 받은 30개 상장사 중 29개가 의견거절 사유 및 실질심사를 통해 퇴출된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실적부진 · 자본잠식도 속출

부실한 경영실적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엠엔에프씨대선조선은 실적 발표를 통해 최근 3년간 법인세 차감 전 계속사업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함을 밝혔고,중앙디자인도 자본전액잠식과 자기자본 10억원 미만을 알렸다. 한국거래소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이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이들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12월 결산법인들이 사업보고서(제출시한 31일) 제출에 앞서 감사보고서를 내놓아야 하는 만큼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 17개 기업의 상장폐지 사유가 된 '횡령 · 배임'으로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기다리는 기업들도 줄을 잇고 있다. 경윤하이드로 금성테크 유니텍전자 넥서스투자 등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고,에듀패스 인선이엔티 삼우이엠씨는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심사받는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동양메이저 봉신 셀런 등이 실적 발표를 통해 '자본금 전액잠식' 사실을 알렸다. 이 중 동양메이저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했고,봉신과 셀런은 오는 31일까지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될 수 있다.

◆우량기업은 코스닥 탈출

코스닥시장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심팩에이엔씨는 18일 주총에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승인을 조건으로 한 코스닥 상장폐지안을 결의할 예정이다. 한국토지신탁(25일 주총)과 코오롱아이넷(30일)도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주총안건으로 올려놓고 있다. 에이블씨앤씨는 작년 주총에서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안을 통과시켰다.

김용상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총괄팀장은 "코스닥시장은 오는 5월2일부터 기존 일반과 벤처로 분류됐던 소속부를 우량 · 벤처 · 일반 · 신성장동력기업부로 나눠 맞춤형 관리를 할 계획"이라며 "실질심사 등으로 부실기업 퇴출도 강화해 코스닥의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