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11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1주일째.덕수궁 청계천 경복궁 동대문 남대문 명동 부산 춘천 등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일본인 관광벨트'가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예년 같으면 '일본 춘분절 연휴(19~21일)' 특수로 관련 업계가 술렁일 때이지만 지진 여파로 일본인 관광객 입국이 급감해 '관련산업 치명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일본인 입국자 수는 2만6790명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의 3만7507명보다 28.5% 줄어든 수치다.

법무부 관계자는 주 중반 이후 입국자는 50% 이하로 더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소 6개월 내 일본인 관광 경기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인 관광벨트' 찬바람

덕수궁 앞에서 일본어 통역을 하는 관광협회의 한 안내원은 "평일엔 보통 10팀 정도 올 시간대인데 오늘은 한 팀밖에 안 왔다"며 "일본인 관광객을 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전선옥 동화면세점 매니저는 "월요일 아침부터 줄어든 것을 느꼈는데 주 중반을 넘기면서 일본인 고객이 30% 이상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화면세점에서 주차안내를 하는 심지한 씨(23)는 "일요일 이후 새로 들어오는 일본인 관광객 차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했다.

동대문 상인들도 울상이다. 동대문 '두타'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강준 씨(26)는 "지난 월요일부터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지진으로 자기 나라가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옷을 살 기분이 나겠느냐"고 말했다. 밀리오레 앞에서 여성의류 노점을 하는 40대 여성도 "보통 관광버스를 타고 일본인 관광객이 단체로 오는데 이런 버스가 평소보다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명동 스킨케어숍 '한율 정'의 장선희 매니저는 "케어 예약 30~40%가 취소되는 상황이라 매출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호텔은 무더기 예약 취소

호텔 예약 취소도 줄을 잇고 있다. 문인영 롯데호텔 홍보팀 대리는 "지난 주말 기준으로 취소율이 10% 정도 된다"며 "비즈니스 방문객이 많은 우리는 그나마 감소 폭이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봉주 로얄호텔 객실팀장은 "연락이 안 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20% 정도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도쿄는 상황이 시시각각 나빠지고 있으니 앞으로 예약 취소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직 예약을 받지 않은 4월10일 이후가 더 문제"라며 "비즈니스 여행은 와야만 하는 약속이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지만 수학여행이나 사원연수 등 단체성 관광은 안 오기 때문에 우리 같은 관광호텔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이 많은 부산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부산관광협회에 따르면 11일 이후 부산으로 오는 한국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이 50% 이상 취소됐다. 부산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투숙하는 부산롯데호텔은 지난 주말 일본 여행사에서 100여실 예약을 취소했다. 부산롯데호텔 관계자는 "춘분절 연휴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걱정했다.

윤지환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는 "앞으로의 일본인 관광객 추이는 정신적 충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며 "향후 6개월 이상 얼어붙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강신겸 전남대 관광학과 교수도 "1995년 고베대지진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양병훈/하헌형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