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불굴의 의지와 도전정신으로 '호랑이''저승사자''불도저' 등의 별칭을 달고 다녔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추진력과 무모함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추진력이란 정말로 그 일을 하고 싶은지,그 일을 향한 강렬한 열망이 있느냐는 거지요. 그런 이유와 열망이 있다면 아무리 남들이 고개를 젓는다 해도 무모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많은 것을 얻게 되니까요. 반면 분위기에 편승해서 뚜렷한 동기도 없이 휩쓸리듯 나서는 건 무모한 일이죠.그런 일에 최선을 다할 리가 없습니다. "

《정주영,경영을 말하다》는 한국 현대경제사에 한 획을 그은 정 회장 타계 10주기를 맞아 내놓은 책이다. 단순한 전기문 형태가 아니다. 정 회장이 지금도 살아있다는 가정 아래 생활철학과 경영정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형식으로 엮었다.

책은 신념과 신용,발상과 배움,실패와 경쟁,국가와 미래,세계와 사람 등 5개 장으로 짜여 있다. 총 33개의 문답은 정 회장의 학력,집안 환경,사업가로서의 비전과 목표 등 개인적인 질문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을까'라는 미래형 주제까지 다채롭다.

특히 문답형 글 중간 중간에 삽입된 '아산 경영노트'는 '아산'(정 회장의 호)이 현대그룹을 일으키는 동안 가까이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고 함께 뛰었던 연구원들이 생생하게 증언한 내용이다. 특유의 리더십과 사업 확장 노하우,조직 및 인력 관리 등 경영학적 측면에서 접근해 '정주영 경영학'으로도 손색이 없다.

정 회장은 '88만원 세대'로 전락해 버린 오늘의 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자세는 무모해 보일 정도의 도전정신과 자신감이라고 지적한다. 정 회장의 무모함은 저절로 얻어지지 않았다.

"나는 보다 나은 삶,보다 나은 인간,보다 나은 직장인,보다 나은 발전에 대해 항상 향상심(向上心)을 갖고 공부하는 사람,생각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학교 졸업밖에 못한 사람이지만 평생 '좋은 책 찾아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