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정부의 '원전 수출 전략'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UAE 원전 이후 신규 수주가 끊긴 데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원전 르네상스'가 퇴색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세계 각국은 원전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1980년대 '체르노빌원전 사고'를 경험한 유럽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재 17개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은 수명이 다 돼가는 원전을 보강해 가동 시한을 늘리는 계획을 3개월간 보류하기로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일본처럼 높은 안전 기준과 규범을 갖춘 선진국도 원전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며 "원전 사업에서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정국가 스위스도 새로운 원전 3기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태국도 원전 신규 건설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태국은 그동안 한국 정부와 실무진 간에 수차례 만나 원전 건설을 위한 논의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해 한국의 원전 수출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꼽혀왔다.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돼 최근 몇 년간 여러 국가가 원전을 신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원전 르네상스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에 원자력발전소 441기가 가동 중이며 557기가 건설 중이거나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최광식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은 "1986년 체르노빌 사건 이후 원전사업은 안전성을 유지해 왔는데 일본 원전 폭발 사건으로 위험성이 다시 부각됐다"며 "원자력 발전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깨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