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도호쿠(東北) 지역에도 제한 송전이 시작되면서 지진 피해 지역 주민들과 기업들은 또 한 번 타격을 입고 있다. 이날 불어닥친 추위로 북부지역에는 눈까지 내려 대피시설로 피난한 주민들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방사선 누출 우려에다 생산시설 파손으로 조업을 중단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지진으로 인한 2차 산업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후쿠시마원전 인근 지역의 경우 사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재택근무체제에 들어간 기업들도 많아 당분간 공장 가동이 재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부품업체들이 많은 동북부지방에 이어 일본 전역의 완제품 업체들도 연쇄 피해를 입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본사의 후지이 히데키 부장(공보담당)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도호쿠지방에 위치한 도요타 생산시설 대부분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 라며 "거래하는 부품업체들의 피해가 커져 지난해 리콜사태 충격에서 벗어나려던 도요타도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선 누출로 산업피해 커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부근에 본사 및 공장을 둔 기업들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다이닛폰인쇄는 사진감광재 등을 생산하는 그룹계열사인 'DNP파인케미컬후쿠시마'의 조업을 중단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북쪽 14㎞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데 종업원들을 20㎞ 외부 지역으로 피난시켰다.

내비게이션 등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고 있는 알파인은 후쿠시마원전으로부터 약 45㎞ 떨어진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진 피해를 입은 현내 4개 공장은 이미 조업 정지에 들어간 상태며,4000여명의 사원들은 출근 대신 집에서 대기 중이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아케보노브레이크 후쿠시마제조'는 원전에서 약 60㎞ 거리에 있다. 피난 대상 지역에서 벗어나 있으나 종업원들의 피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비철금속업체인 미쓰비시머티리얼의 이와키제작소 관계자는 "피난지역 확대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부품 공급 차질,대기업도 타격

도호쿠지방에서 부품을 생산 중인 중소업체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완제품 제조업체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건설 중장비업체 고마쓰는 지진으로부터 직접 피해를 입지 않은 오사카공장 등 2개 공장의 가동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엔진 및 유압기기를 생산하는 고야마공장(도치기현 소재)과 도호쿠 및 기타간토에 있는 부품업체로부터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마하발동기는 오토바이 등을 생산하는 시즈오카현 내 9개 공장에 대해 16일부터 이틀간 조업을 중단한다. 회사 관계자는 "부품 재고가 소진됐으며,지진 피해를 입은 2,3차 벤더들로부터 부품 조달이 끊겨 공장을 계속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쓰다는 히로시마시 소재 본사 공장의 조업 중단 조치를 20일까지 연장했다. 건자재업체인 미사와홈은 이와테공장과 누마다공장(군마현 소재)의 가동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16일 밝혔다. 합판 및 단열재 등의 부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미국 등지에서 발생한 리콜로 큰 타격을 입은 뒤 최근 회복세를 보였던 도요타는 도호쿠지방 내 생산공장들의 가동 중단으로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미야기현 등의 생산시설과 판매대리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