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 · 11사태는 단발성 악재지만 일본 대지진은 후폭풍이 더 무섭다. "(서재형 창의투자자문 대표) "일본 원전 문제는 어디로 불똥이 튈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일본 원전 공포로 한때 패닉에 빠진 15일 증시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지지선이나 투자전략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일본 지진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여파가 미칠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1900선 아래라면 주식을 사볼 만하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관망 의견이 우세하다. 사태의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투자 결정을 내리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일본 증시가 바로미터

코스피지수는 47.31포인트(2.40%) 하락한 1923.92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1880선대 초반까지 밀리는 등 이날 지수는 100포인트나 출렁이면서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쿄 등에서의 방사성 물질 검출이 급락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며 "유출이 심각하다면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진앙지인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장중 14% 이상 떨어지며 패닉으로 몰아넣었다"고 말했다.

시장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주요 변수도 일본으로 모아졌다. 조윤남 센터장은 "일본 외에 다른 호재나 악재를 논할 국면이 아니다"며 "일본 증시와 엔화 흐름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해외 자산을 팔아 자금을 회수할 경우 엔화가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국면이 나타날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전 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으면 유가를 봐야 한다"며 "원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 대체재인 화력발전이 부각되면서 국제 유가가 들썩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변수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임정석 산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글로벌 경기가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회복세를 탈 수 있을지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 경기선행지수는 1월을 기점으로 반등했지만 상승 추세가 유지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지수 하락 지지선은 1870~1880선

전문가들은 1870~1880선을 지지선으로 제시했다. 임 본부장은 "코스피지수는 1882를 찍고 40포인트가량 올라왔다"며 "200일 이동평균선이 있는 1870선의 지지를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조윤남 센터장은 "펀더멘털상으로 보면 1900선 이하는 절대 저평가 국면"이라며 "추가 피해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심리도 안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 팀장과 조익재 센터장은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회피심리가 극에 달할 정도로 위축된 상황이어서 지지선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포를 사라'는 증시 격언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았다. 조익재 센터장은 "일본은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일본의 수요 감소에서 비롯된 세계 경기 위축을 가늠해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일본과 공급 체인이 맞물려 있어 부품 조달이 제대로 안 되면 실적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팀장은 "지금은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일단 관망한 후 지진과 관련한 피해 상황을 살펴볼 때"라고 말했다. 조윤남 센터장도 1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내달까지는 일본 변수 외의 특별한 모멘텀이 없어 어닝시즌에 접어들어야 반등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1900선 근처에선 사들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 본부장은 "현재 나타난 일본과 국내 증시의 반응은 지나치다"며 "이 정도 가격대라면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 "주식 보유자는 관망하고 현금만 있으면 저가 매수를 저울질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서정환/박민제/강현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