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바레인의 반정부 시위가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교갈등으로 번지자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바레인에 병력을 파견했다.이에 대응해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시위대를 폭력진압하지 말라”며 경고하는 등 적극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바레인 시위가 자칫 국제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UAE 정부는 바레인에서 시아파 무슬림이 주도하고 있는 시위를 진압키 위해 14일 경찰 500명을 파견했다.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하얀 UAE 외무장관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8개국 외무장관 회의에 앞서 이 같이 전하며 “바레인 정부가 시위로 인한 긴장을 해소할 방안을 찾기 위해 (먼저 경찰 파견을)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또 “다른 걸프만 국가들도 바레인 시위 진정과 질서 유치에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사우디 정부는 바레인 당국의 시위 진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군 병력을 바레인에 투입했다.지원 규모는 군병력 1000여명을 비롯해 무장차량 150대,구급차와 지프 등 군용차량 50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사우디군은 바레인에 도착한 뒤 바레인 왕실 구성원들이 거주하는 리파 지역으로 향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사우디 역시 이번 군 병력 파견이 바레인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지원은 바레인의 시위 여파가 사우디에까지 도달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이다.바레인의 시위는 수니파인 알칼리파 가문의 권력 독점에 불만을 품은 시아파가 주도하고 있다.바레인과 인접한 호푸프 등 사우디 동부지역에서 시아파의 시위가 잇따르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여파가 사우디에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또 사우디는 수니파 종주국으로서 바레인에서 시아파의 영향력이 커지면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바레인에서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수니파 국가들의 바레인 사태 개입이 가시화되자 시아파가 정권을 잡고 있는 이란도 입을 열었다.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무장관은 “바레인 정부는 자국민에게 폭력과 물리력을 동원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시위대의 요구에 응하고,권리를 존중하며 현명하게 대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바레인은 미국과 사우디의 우방으로,이란과는 각종 정책이나 외교관계에서 적당한 수준의 거리를 두고 있다.
한편 바레인 시위가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 강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미국은 사우디의 군 파견에 환영도 비난도 하지 않았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