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일본 경제가 멈췄다] '물류난' 도쿄시내 백화점 휴점…'전력난' NHK 새벽방송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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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 정전…타격 장기화
편의점 실내조명 최소화…빵ㆍ라면 진열대는 텅 비어
일시 가동 중단한 공장들…전력 부족 재가동 엄두 못내
수도권 철도 사실상 마비…생필품 공급 어려움 직면
편의점 실내조명 최소화…빵ㆍ라면 진열대는 텅 비어
일시 가동 중단한 공장들…전력 부족 재가동 엄두 못내
수도권 철도 사실상 마비…생필품 공급 어려움 직면
'이번 대지진으로 인한 전력 부족과 물류 차질에 따라 14일 정상 영업을 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도쿄의 최대 상업지역인 긴자 한복판에 있는 미쓰코시백화점 현관에 붙은 알림 포스터다. 이날 오후 백화점을 찾았던 중국인 관광객 등은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인근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절전을 위해 계산대를 제외한 실내 조명을 모두 끄고,어두컴컴한 상태에서 영업을 했다. 빵과 라면 휴지 등 비상용으로 수요가 많은 물품의 진열대는 텅 비어 있었다. 물류난으로 제때 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에 이어 일본 열도가 '전력 대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진 피해를 입은 원자력발전소 등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절대 전력 공급량이 부족해 일본 최대 전력 회사인 도쿄전력은 일종의 제한송전인 '계획 정전'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 인근의 주요 산업시설이 가동을 중단했고,신칸센 등 철도도 상당수 운행 차질을 빚었다. 생산과 물류가 마비되면서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에도 생필품 공급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전력 대란과 물류 마비로 일본 경제의 회복은 더욱 더뎌질 수 있다.
◆멈췄던 공장 재가동 못해
전력 공급 부족으로 일본 주요 산업시설의 가동 중단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당장 지진과 쓰나미 피해로 일시 가동을 멈춘 주요 공장들이 이젠 전력난으로 재가동이 어려운 형편이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전력 부족으로 14일 국내 3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15일에도 공장을 쉬기로 했다. 16일 이후 다시 가동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전력 공급과 부품 조달 상황을 봐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도요타자동차 닛산자동차 혼다 스즈키도 15~16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전자업체인 NEC도 이날 수도권에 있는 주요 사무실과 연구시설을 휴업했다. 전력이 많이 필요한 철강회사들도 제철소 내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거나 이를 검토 중이다. JFE스틸은 가와사키와 지바 제철소에서 강재 생산을 중단했다.
이날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철도 교통망은 사실상 마비돼 시민들은 대혼란을 겪었다. 도쿄전력이 지난 13일 밤 계획 송전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각 철도회사들은 상당수 노선의 전철 운행을 중단했다. 세이부철도는 도쿄 북쪽 사이타마현 전역의 노선을 운행 정지했다. JR히가시니혼은 도쿄 시내 순환선인 야마노테선만 정상 운행했다. 그 외의 상당수 노선은 전철을 운행하지 않았다. 오다큐전철은 유명 관광지인 하코네행 특급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일반 열차의 운행도 감축했다.
물류난으로 백화점과 슈퍼마켓 편의점 등 유통점의 물품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미쓰코시이세탄백화점은 14일 하루 수도권 6개 점포의 문을 열지 못했다. 고급 백화점인 다카시마야도 도쿄 시내 점포를 휴업했다. 전문가들은 제한 송전으로 일본의 경기 위축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도 앞장서 절전
가이에다 반리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력 공급 차질이 심각하다"며 "기업들도 야간에 네온사인을 켜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절전에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일본 최대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의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계획 정전과 절전 운동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절전 방침에 따라 공영방송인 NHK는 15일부터 NHK교육방송 채널과 위성 제2채널의 새벽 방송(자정~오전 5시)을 중단하기로 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