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유가는 물론 철강류,비철금속 세라믹 등의 광물류 등 "안 오르는 게 뭔가" 싶을 정도다. 원자재에 대한 대량 · 선물 구매가 어려워 더 큰 압박을 받는 중소기업들은 각종 자구책을 짜내고 있다. 반면 에너지저감설비,발광다이오드(LED) 조명업체 등 원자재값 상승에 남몰래 쾌재를 부르는 기업들도 있다.

◆짜내고 짜내라.각종 절약 아이디어

중소기업들은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갖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침구용 청소기를 만드는 부강샘스는 사장과 임원을 포함한 직원 전원이 하루씩 돌아가면서 '에도미(에너지 담당 도우미)'를 맡는다. 퇴근 후 사무실이나 화장실 소등 여부 등 에너지 낭비 요소를 면밀히 체크한다. "규율을 어기면 사장도 어김없이 꾸지람을 듣는다"(회사 관계자).주방용품을 만드는 코멕스산업은 포장재에 쓰는 스티커는 물론 박스에 인쇄하는 글씨 크기도 줄였다. 코멕스산업 관계자는 "일부 수입 플라스틱값이 올 들어 30% 넘게 올랐다"며 "품질에 해가 없는 선에서 아낄 수 있는 건 다 아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화위복 계기로 삼자

원자재값 상승을 생산라인 효율화로 대응하는 기업들도 있다. 밀폐용기 '글라스락'을 만드는 삼광유리는 유리 용해로 밑에 전기부스터를 새로 설치했다. 기존엔 벙커C유 부스터를 사용했다.

삼광유리 관계자는 "약 24%의 원료비를 절감했을 뿐 아니라 출력이 일정한 전기부스터를 사용해 품질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면도기 업체 도루코는 면도날 강화를 위한 열처리 · 코팅 · 연마공정의 장비 배치 최적화 작업을 했다. 일부 개조장비도 구매해 수율을 높였다. 각각 공정속도가 40,14,11%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행남자기는 불량률 낮추기에 나섰다. 도자기 원료 정제 과정에 쓰이는 여과기를 20개에서 22개로 늘렸다. 도자기에 먼지가 섞여 불량품이 나올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내부 청결 기준도 강화했다. 이병건 행남자기 부장은 "기존 7% 선이었던 불량률을 5% 이하로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표정관리하는 기업도

원자재값 상승이 '경사'인 기업들도 있다. 공정 중 발생하는 수증기를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장비를 만드는 한텍엔지니어링은 올해 이 제품으로만 벌써 200억원 가까운 견적요청을 받았다. 작년 한 해 동안 100억원어치를 판매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유민호 한텍엔지니어링 과장은 "에너지원인 고압스팀을 만드는 데 쓰는 천연가스나 벙커C유를 70% 정도 절감할 수 있다"며 "식품 · 화학 공장 등을 중심으로 최근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LED 조명업체들도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남일희 화우테크놀로지 상무는 "최근 기업이나 건물주는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구매 문의를 많이 한다"며 "하반기부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LED 조명 설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