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폐막하면서 마무리됐다.

양회의 다른 축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앞서 13일 막을 내렸다.

이번 양회는 무엇보다 앞으로 5년간 중국의 발전 방향을 담은 12차 5개년 개발계획(2011-2015년, 12.5규획)을 승인하고 국내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민생 챙기기'를 위한 각종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는 빈부격차 확대나 물가 상승 등으로 사회 저변에 널리 퍼진 사회불만을 해소하지 않으면 중동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 바람이 중국에 상륙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양회에선 또 내년 10월로 예정된 권력이양을 앞두고 국가와 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층들은 양회 기간 지속적으로 사회 안정을 강조했으며 법질서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이런 탓인지 이번 양회에선 민감한 사안인 `정치개혁'이나 인권문제 등은 거의 거론되지 않은 대신 사회 안정을 위한 민생과 경제에 논의의 초점이 맞췄다.

◇경제 부문= 이번 양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12.5규획은 폐막일인 14일 전인대에서 통과됐다.

이번 12.5규획은 경제 구조를 수출주도형 고속성장에서 내수 중심의 질적성장으로 전환, 소득 재분배 강화, 각종 민생 향상 등을 비롯해 중국 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주요 정책을 담고 있다.

12.5규획은 5년간 GDP(국내총생산)을 연평균 7%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는 중국이 그동안 내세웠던 바오바(保八. 연 8% 이상 성장)을 적어도 정책 목표로 내세우지 않기로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중국이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안정적인 경제정책을 펼쳐나가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으로, 성장률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내실성장과 함께 소득 재분배 개선, 수입격차 축소 등 기층민의 불만 해소에 주력하고 국가와 국민이 함께 부자가 되는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2.5규획은 또 도시 실업률을 5% 이내 억제하고 설비투자를 자제하는 한편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 2015년까지 3차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47%로 확대키로 했다.

중국 정부는 또 이번 양회 기간 서민들의 불만 해소를 위해 물가안정과 부동산 억제를 강력히 추진키로 했으며 소득세 면세점도 인상하기로 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중국정부는 올해 1천만 채 등 앞으로 5년간 3천600만 채의 서민용 저가주택을 공급키로 했다.

중국정부는 이와 함께 소득격차를 축소할 수 있도록 최저 임금을 연평균 13% 이상 인상하고 근로자 임금을 GDP 성장률 이상으로 올리기로 했다.

양회는 올해 10조220억 위안으로 책정된 정부 예산을 승인했다.

이 가운데 국민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교육과 의료, 사회보장, 주택보장과 관련된 예산 지출 합계가 1조509억위안으로 지난해보다 18.1% 늘었다.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한 농촌 투자금도 9884억5000위안으로 15.2%나 증가하는 등 민생과 관련된 지출이 3분의 2를 넘어섰다고 현지언론들은 평가했다.

◇사회-복지부문= 중국 정부는 민생개선 차원에서 이번 양회 때 각종 선심성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2015년까지 모든 농촌주민과 도시주민 3억5천700만명에게 연금혜택을 주기로 했으며 매년 900만명씩, 앞으로 5년간 4천500만명에게 신규 일자리를 제공키로 목표를 세웠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적극적 취업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올해 423억위안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민공을 유랑민이 아닌 정상적인 도시민으로 편입하려는 방안도 이번 양회에서 핵심 사안으로 논의됐다.

일정 기간 도시에서 산 농민공에게 현 거주지 호적을 부여해 온전한 도시민으로 받아들이고 조건을 채우지 못한 경우라도 임금, 자녀 취학, 주택, 사회보장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의료보험 또한 호적지에서만 혜택을 받을 수 있던 것을 전국 어느 곳에서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으며 여성정년 연장, 노인 연금 확대 방안 등도 논의됐다.

한편 12.5규획에 따라 중국 인구를 2015년까지 13억9천만명 이내로 억제키로 했다.

중국에서 사회 불만을 야기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인 부패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전됐다.

원자바오 총리는 정부공작보고에서 부패척결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밝혔으며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중국특색사회주의 법체계의 완성을 선언하며 부패사범을 법에 따라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치-외교부문 = 이번 양회에서는 정치개혁 논의는 외부로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정치개혁이 수반돼야 한다는 논의가 작년엔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올해는 무엇보다도 안정이 필요하다는 중국 수뇌부의 의지에 따라 정치개혁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중국특색사회주의에 따라 "서방의 다원화와 삼권분리, 양원제, 연방제, 사유화 개념 등을 도입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다당제를 통한 정권교체를 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어 당분간 정치개혁은 거론하지 않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외교와 국방 부문에선 올해 국방예산이 작년대비 12.7% 인상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중국이 군사력을 앞세워 영토분쟁에 대응하고 주변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어서 아시아 지역에서 군비경쟁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베이징연합뉴스) 신삼호 특파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