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철 신임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 회장(59 · 사진)은 한국 벤처투자 초기부터 잔뼈가 굵어온 벤처캐피털 1세대다. 1987년 당시 대구은행이 창업투자회사를 만들면서 업계에 투신해 24년간 이 업계에서 종횡무진했다. 업계에서 '대구 신 부장'을 모르면 간첩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지방 창투사들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대구창투를 지켜냈고 2006년에는 스스로 창업에 나서 대경창투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가 부품소재기업 투자기관 모임의 수장을 맡은 것은 주변의 추대 때문이기도 하지만 벤처업계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면서 갖게 된 부품소재 기업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이 컸다. "지식산업이 뜨면서 부품소재산업은 주류에서 벗어났다는 의견들이 있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최근 조사에서도 원천기술 분야의 사업화 성공률과 매출 발생률이 다른 업종에 비해 여전히 높고 투자수익률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신 회장은 최근 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부품소재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중소기업 평균(4.7%)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일단 투자를 받으면 1~2년 후부터는 이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매출 증가율도 일반 중소기업을 크게 앞섰다. 부품소재 기업들에 적절한 자금과 지원이 이뤄진다면 여전히 미래산업으로 커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부품소재 분야 기업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특정 시점이 지나면 성장 정체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대개 매출 100억~200억원 안팎에서 매출 증가율이 뚝 떨어지고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투자사들이 부품소재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대표적인 이유다. 신 회장은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품소재 분야 내수시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결국 해외 진출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는 이에 따라 올해 중점 사업으로 '글로벌 M&A데스크'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외 M&A 매물 100여건을 확보해 국내 부품소재 기업들의 인수 · 합병이나 지분 투자 등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중점을 두는 지역은 일본과 중국.특히 중국에는 지난달 '차이나데스크'를 설립하고 국내 기업 진출을 위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중국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우시에 소규모 미니클러스터를 만들기로 했다. 이곳에는 국내 M&A 부티크와 벤처캐피털 등이 입주해 중국 진출을 돕기로 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