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를 강타한 지진으로 일본의 주요 반도체 공장들이 영향을 받으면서 앞으로 반도체 업계에서 공급부족과 이에 따른 제품 가격상승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피해 영향권에 있는 공장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최근 인기 상품들에 탑재되는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하는 곳들이다. 이번 지진은 일본의 플래시메모리 생산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 수백마일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공장들은 대부분 강력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공장 자체 건물이나 첨단 반도체 조립기계 등이 받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진이 일본 전역에 큰 피해를 주면서 완제품을 공항이나 항구로 수송하는데 차질이 빚어지고 근로자의 출퇴근이나 공장에 대한 원재료 공급에도 문제가 생겨 공장운영은 일정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이런 반도체를 이용해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대규모 공장들도 주로 일본에 있다는 점도 문제다. IHS 아이서플라이의 렌 젤리넥 애널리스트는 "이번 지진으로 다음 분기 반도체를 비롯한 관련제품 공급에서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오브젝티브 애널리시스의 짐 핸디 역시 이번 지진으로 단기적으로 눈에 띄는 가격 상승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638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지진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제품은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에 핵심부품으로 쓰이는 낸드 플래시메모리가 될 전망이다. 도시바 등 일본 기업들은 전세계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3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지진이 도쿄 북쪽 200마일 지점 해안을 강타한 반면 도시바나 샌디스크 등 대형 플래시메모리 공장들은 남부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지진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마이크 양 애널리스트는 일본 내 공장들이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데 선적 등이 조금 지연될 수는 있겠지만 공급부족으로 인한 제품가격 상승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의 반사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 빅3 가운데 도요타와 닛산 자동차는 생산시설에 피해가 발생해 생산을 중단, 수출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현대차그룹은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에도 불구하고 생산에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에는 현대차와 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28개 있지만 현재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평균 1개월 이상 조업량의 부품재고를 국내공장에서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 2009년 일본 승용차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에쿠스와 제네시스 등 고급승용차는 일본 업체로부터 부품을 조달해왔다. 반면 여행업계는 당분간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부근 해저에서 지진이 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일정 연기와 취소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여행사 관계자는 "이달 말 일본 도쿄와 하코네 등을 관광할 예정이던 20여명이 5월로 일정을 미뤘다"며 "지진이 났는데 일본으로 여행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여행사는 일본 관광을 떠난 고객수와 신변 안전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며 당분간 일본 도쿄쪽 여행일정을 모두 취소하기도 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앞서 지난달 일본에서 지진이 난 이후 계속해서 지진에 관한 문의들이 있었다"며 "지진이 연이어 발생한다면 고객들이 기피해 일본쪽 시장이 좋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일본을 대신해 중국이나 홍콩, 대만으로의 관광수요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당장 예약 취소가 줄을 이을 수 있는데다 자연재해에 놀란 고객들이 섣불리 여행을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현지 통신 급증과 막대한 피해로 인한 복구작업 지연으로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 규모와 범위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만큼 향후 일본 지진에 따른 국내 산업계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채주연기자 jych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