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유가가 오르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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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의 원인이 산유국 증산여력의 고갈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 에너지 정보국(EIA)은 OPEC의 추가증산 여력이 작년 440만 배럴인데 반해 내년까지 310만 배럴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근거로 산유국들이 점차 고갈 상태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현저하게 산유량이 줄어들고 있고, 고급 원유를 생산하는 나이지리아도 산유 쿼터를 겨우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 기록을 과연 믿어도 되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얼마 전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현재 유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 9일자 보도에 따르면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산하는 원유는 1250만 배럴 규모다. 현재까지 사우디의 일 평균 석유 생산량을 900만 배럴로 본다면 이는 3월 들어 적어도 350만 배럴을 더 생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리비아에서 발생하는 결손량은 고작 50만 배럴 정도이다. 리비아의 1일 생산량 160만 배럴이 모두 중단된다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산유량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규모인데, 꾸준히 유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나이미 장관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이 아닌 해외 여러 곳에 저장시설을 건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이유는 석유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발생한 저장고 부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폐유조선까지 동원됐던 점까지 감안하면 당연히 저장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론을 내리면, 유가가 오르는 진짜 이유는 최소한 미국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산유국에서의 생산량 감소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유가가 오르고 있는 걸까?
필자는 그 근본적인 원인을 유동성의 위기로 분석한다.
미국이 전무후무할 규모로 어마어마한 신규 화폐를 발행했는데, 현재 이 달러화가 유통될만한 경기 흐름이 없다. 따라서 이 달러화들이 현재 이슈인 석유에 몰리면서 위와 같은 문제를 발생시킨 것이라고 본다.
현재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비상업적 포지션은 33만 계약에 달하는데, 이는 석유가 꼭 필요해서 사지 않고 단순 투자 목적으로 산 사람이 무척 많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난 2008년 유가가 147달러에 달했을 때에도 20만 계약이 채 되지 않았던 점과 비교, 지금 석유 시장에 몰려든 투기적 거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