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라호텔에서 10일 계속된 '2011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에는 600여명의 재계 및 금융계,학계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행사 시작 1시간30분 전인 오전 8시부터 사전에 참가 신청을 한 이들은 물론 즉석에서 등록하려는 사람들로 등록데스크가 붐비기 시작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강신호 동아제약 회장,민병덕 국민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들은 전날 열린 개막식에 이어 이날 주제별 세션에도 참석,글로벌 경제 · 금융 흐름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은 "이번 컨퍼런스가 세계 경제금융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민병덕 국민은행장과 임주재 주택금융공사 사장,진병화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황영기 차바이오앤디오스텍 회장(전 KB금융지주 회장) 등 재계 및 금융계 CEO들은 이날 하루 종일 주제발표와 토론을 들으며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연사들의 발언을 꼼꼼히 메모하고 쉬는 시간에 추가 질문하는 열의를 나타냈다.

민 행장은 "최근 리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가까운 중국도 미국 달러화에 대응,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처럼 국제 경제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중요한 시기에 각국 대표들을 만나 서로 터놓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황 회장도 해외 연사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했다. 그는 "특히 중국 문제를 다룬 세션이 감명 깊었다"면서 "2050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초강대국의 지위를 차지할 것이란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진 이사장은 "3년간 매년 참석하고 있다"며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교수는 과거 국제금융센터 이사장을 할 때도 여러 차례 만나 얘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참 일관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금융계와 재계 관계자들은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인맥을 쌓는 기회로 삼았다. 어 회장은 이날 참석한 VIP급 인사들을 민 행장을 비롯한 임원들에게 소개하는 등 탄탄한 네트워크를 자랑했다. 작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셰르파(교섭대표)로 활약했던 이종화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도 참석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국내외 기업에서 근무하거나 대학에서 공부 중인 외국인 참석자들도 적지 않았다. 닐 바커 삼성물산 인재개발연구소 컨설턴트는 "몇 달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나온 컨퍼런스 개최 안내를 보고 참가 신청을 했다"며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그룹 회장의 상품투자에 대한 전략 연설이 가장 감명 깊었다"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은 강연 도중 특유의 유머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해 참석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특히 자신의 딸과 찍은 사진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면서 "아이를 낳으세요. 별로 힘들지도 않습니다. 짧은 점심시간에도 충분히 아이를 낳고 올 수 있어요"라고 말하자 청중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로저스 회장과 토론을 나눴던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로저스는 자신의 의견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한 어조로 말해서 놀랐다"며 "특히 미국 금융위기의 사후적 문제를 얘기할 때 은행들이 망하게 놔뒀어야 되는데 정부 돈으로 구제해줘 문제를 만든 것이라고 한 점은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이호기/김우섭/김혜정/정소람/강영연/허란/정성택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