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PC 회사인 휴렛팩커드(HP)가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강화한다. 그 일환으로 내년부터는 자사의 모든 PC에 웹OS라는 독자 운영체제(OS)를 탑재하기로 했다. 웹OS는 지난해 인수한 팜(Palm)이 개발한 모바일 OS로 HP는 자사 모바일 디바이스에 웹OS를 탑재해 폰 메이커들과 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에는 웹OS를 탑재한 태블릿 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10일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작년 11월 HP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레오 아포세커(57)는 내년부터 HP의 모든 PC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이외에 웹OS도 작동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즈니스위크는 개발자들이 HP가 생산하는 PC,프린터,태블릿,폰 등에서 연동하는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HP가 지난해 팜을 인수한 것은 폰과 태블릿에 팜 웹OS를 탑재하고 싶어서였다. 이 OS를 PC에도 넣기로 한 것은 노키아 등 자체 OS로 승부를 건 메이커들이 고전하고 있는 데다 세계 1위 PC 회사라는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HP 구상대로 PC-폰-태블릿이 연동한다면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HP PC 고객들이 윈도를 제쳐두고 웹OS를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아포세커는 1월31일 사원들 앞에서 기업 인수를 통해 오라클이나 IBM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IBM처럼 하드웨어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전면적으로 변신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HP의 하드웨어 제품 구매자들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주길 원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아포세커는 독일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SAP에서 20년 이상 근무했고 CEO까지 지낸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오는 1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HP 행사에서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강화 전략을 밝힐 예정이다. 아포세커가 HP를 어떻게 바꾸겠다고 발표할지 모르겠지만 HP가 안고 있는 고민은 전 세계 모든 하드웨어 업체들이 안고 있는 숙제란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웹OS는 팜이 개발해 스마트폰에 탑재했던 OS다. HP가 이걸 PC에도 탑재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폰이든 태블릿이든 PC든 이제는 하드웨어 싸움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싸움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세계 1위 휴대폰 회사인 노키아가 "불타는 플랫폼에 서 있다"고 할 정도로 위기에 빠졌다. 소프트웨어 싸움에서 밀린 탓이다.

노키아의 경우 모바일 디바이스용 OS로 심비안을 자체 개발해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기 전만 해도 심비안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달렸으나 아이폰 발매 후 심비안을 신속히 업그레이드하지 못해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OS '바다'를 개발하는 한편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다양한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아 위기를 모면했다.

모바일 디바이스에 자체 OS를 탑재해 성공한 회사는 사실상 애플뿐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iOS라는 자체 OS를 탑재한다. 림도 자체 OS를 탑재한 블랙베리로 한때 돌풍을 일으켰으나 아이폰이 나온 후엔 고전하고 있다. HP가 PC에도 웹OS를 탑재하기로 한 요인 중 하나다. HP의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강화는 전 세계 하드웨어 메이커들한테 변신을 촉구하는 신호탄이 될 것 같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