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리비아 시민군이 무아마르 카다피에게 사흘 안에 리비아를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제시했다. 최근 전황이 시민군에게 다소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시민군이 카다피와 본격적인 협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동부 도시 벵가지에 있는 국민위원회 대표인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8일(현지 시간) 카다피가 앞으로 72시간 내에 물러나면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랍위성TV인 알자지라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카다피,지난 주말 시민군과 협상 벌여

잘릴 전 장관은 이날 카다피에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먼저 카다피가 시민군에 대한 모든 무력 사용을 중지하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카다피가 (무력사용을 중지한 이후) 72시간 안에 물러난다면 그가 저지른 대량 학살과 공포 정치 등의 범죄에 대해 어떤 기소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잘릴 전 장관은 “고국 리비아를 사랑하기 때문에 카다피에게 그동안 간접적인 방식으로 협상을 제안해 왔다” 며 “사흘 동안 카다피의 대답을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최후통첩 시한은 72시간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그동안 카다피와 시민군 간 협상이 물밑에서 진행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시민군 측은 카다피가 선(先) 퇴진한 이후에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시민군이 지난 주말 카다피 측에 첫 패배를 당한 후 전황이 다소 불리해지자 협상에 나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협상에서 카다피는 시민군에게 자신과 가족들의 신변 안전과 자산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는 카다피가 퇴진하는 대신 유엔이 자신의 자산을 보호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필립 크롤리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설령 카다피가 리비아를 떠나더라도 그의 신변과 재산은 보호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카다피 조건 놓고 시민군에선 내분

알자지라는 시민군과 카다피 측의 대화가 진행되면서 시민군 내부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카다피가 퇴진하는 대신 자신의 신변과 자산을 보호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시민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카다피가 42년 집권 동안 저지른 학살에 대해선 절대로 협상할 수 없다는 의견과 더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는 얘기다.

알자지라 방송은 시민군이 장악하고 있는 벵가지 현지는 혁명에 대한 어떤 행복(euphoria)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카다피군이 공군력을 동원해 동부 지역을 공격하면서 희생자가 급속히 늘어나자 시민군의 불안감도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시민군 측은 카다피 측과의 내전이 몇 달 동안 계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며 “(시민군은) 카다피가 공군력을 계속 동원할 경우 승리를 장담하지 못해 불안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카다피군은 이날도 라스 라누프와 미수라타, 알 자위야 등지에 대한 공습을 강행했다. 카다피군은 수도 트리폴리로부터 50㎞ 떨어진 알 자위야에 전투기와 탱크를 동원한 무력 공격을 이어갔다. 이 곳에선 일부 건물을 장악한 카다피군 저격수들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