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기분 전환이 필요해'라고 느낄 때 찾는 것이 화사한 매니큐어다. 손톱에 색색의 매니큐어를 바르는 것만으로 산뜻한 기분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 젊은 여성은 누구나 한두개쯤 갖고 있다.

시장이 큰 만큼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이런 시장에서 까탈스러운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명품으로 자리잡은 제품이 OPI(Odontorium Products Inc.)다. 보통 7㎖ 용량에 1000원 안팎인 기존 제품보다 15배나 비싸지만 여성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브랜드다. 1981년 설립된 후 한국,인도,러시아 등 10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매니큐어는 매년 5억5000만개에 달한다.

1년 매출은 2009년 4억달러(4400억원)다. 매니큐어 하나로 전 세계 여심을 사로잡은 이 회사는 기존 제품의 단점에서 기회를 찾아냈다.

1980년 이전까지만 해도 매니큐어는 금방 벗겨지고 인체에 유해하다는 결점이 있었다. OPI 창립자 조지 쉐퍼는 당시 치과 치료에 필요한 재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치아를 강화하면서 광을 내는 물질로 매니큐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OPI의 제품은 인체에 무해하면서 잘 지워지지도 않아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포름알데히드 등의 화학약품을 제거해 안전성을 높였다.

OPI가 여성들을 사로잡은 또 다른 비결은 '색'에 있다. OPI가 매니큐어 시장에 진입한 1980년대만 해도 여성들이 고를 수 있는 매니큐어 색이 많지 않았다. OPI는 다양한 색 개발에 집중했다. 단순한 빨간색이 아니라 옅은 빨강부터 진한 빨강까지 수십 가지로 만들어 여성들의 욕구를 해소했다. 현재 OPI는 200개가 넘는 색을 보유하고 있다.

매니큐어 이름도 다양하게 붙였다. '캘리포니아 라즈베리''붉은 광장에서 생긴 일''말라가 와인' 등은 OPI의 빨강 계열 매니큐어 이름이다. 또 해외로 수출할 때도 '수지가 해변에서 초밥을 파네(Suzi Sells Sushi By The Seashore)' 같은 이름을 붙여 화제를 만들어 냈다. 인상적인 이름을 먼저 짓고 그에 맞는 매니큐어 색을 개발하는 방식도 사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2006년 "중국과 인도,인터넷은 잊어라.경제 발전은 여성이 이끈다(Forget China,India and the Internet - economic growth is driven by women)"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갈수록 여성 파워가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고민된다면 OPI의 전략을 벤치마킹해 보자.

IGM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상무 · 최혜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