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국제 유가가 리비아 내전 확산에 따른 공급차질 우려로 배럴당 105달러를 넘어섰다. 장중 한때 107달러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 인도분은 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 정규 거래에서 배럴당 1.02달러(1.0%) 오른 105.4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중동·북아프리카의 정정 불안으로 지난 한 주간 6.7% 오른 WTI는 이날 장중 106.95달러까지 치솟아 2008년 9월2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WTI는 지난 1년 새 29% 뛰었다.

반면 최근 급등세를 보여왔던 북해산 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런던석유거래소에서 배럴당 79센트(0.7%) 떨어진 115.18달러에 거래됐다. 씨티그룹은 올해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당초 배럴당 90달러에서 10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코메르츠방크도 중동지역에서 원유공급 차질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어 2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120달러로 높였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헤지펀드 및 대규모 투기자본들은 원유에 대한 장기 포지션을 확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투기 자본의 유입으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2008년 7월 상황이 재연될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제 유가는 2008년 7월11일 배럴당 147.27까지 올랐다가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이후 5개월간 78%가 폭락, 배럴당 32.40달러까지 떨어졌다.

유가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인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경기 회복세 덕분에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도 기업들이 견딜수 있었지만 110달러를 넘어서면 고통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욕 소재 FTN파이낸셜의 크리스 로우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서면 기업들은 경영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이라며 “110달러가 되면 지난해 12월 미 의회를 통과한 감세안 효과가 유가 상승으로 상쇄되고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농기구 업체인 디어앤코의 사무엘 앨런 최고경영자(CEO)는 “밤새 급등해 버리는 유가 때문에 적절한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드류 매터스 UBS 증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앞으로 2년간 연 성장률이 0.2~0.3%포인트씩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겠지만 특히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칼 리카도나 도이치증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125달러까지 오르면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게 될 것” 이라며 “휘발유값이 갤런당 4달러로 뛰게 되고 경제전망을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럴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대로 떨어지게 되며 2%대 성장률은 사실상 경제성장이 정체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은 온스당 5.90달러(0.4%) 오른 1434.50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금 값은 1445.80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