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영국 최대 은행인 HSBC가 본사를 런던에서 홍콩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7일 현지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HSBC는 최대 주주들에게 영국 정부의 지나친 규제를 이유로 본사를 홍콩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통보했다.

텔레그래프는 투자자의 말을 인용, HSBC는 일반적으로 3년에 한번씩 사업 전략이나 재정적인 측면에서 본사 이전을 검토하지만 이번에는 형식적인 검토와는 달리 (본사 이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주주 중 일부는 이미 동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HSBC가 본사 이전을 검토하는 것은 영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은행에 과중한 세금 및 높은 자기자본 비율 등을 요구하면서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HSBC의 지난해 영업비용은 전년 대비 9.6% 증가한 377억달러에 달했다. 이 여파로 최근 발표한 지난해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주가가 4.7% 하락하기도 했다.

HSBC 관계자는 “런던은 이상적인 국제 금융 중심지이고 우리는 본사를 영국에 두는 것을 선호한다” 며 “그러나 런던의 경쟁력이 계속해서 유지된다는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HSBC가 본사를 이전한다면 영국 정부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라고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영국이 자국 경기 회복에 상당 부분을 민간 기업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HSBC는 지난해 영국 정부에 12억파운드(20억달러)의 세금을 납부했으며, 현재 영국에서 고용하고 있는 인원도 총 5만2000명에 달한다.

영국이 홍콩을 통치하던 1885년 홍콩에 설립된 HSBC는 1992년 홍콩에서 런던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올 초 최고경영자(CEO) 사무실을 홍콩으로 다시 옮기면서 본사 이전설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HSBC는 지난해 9월 “영국 정부가 대형 은행의 투자은행 부문과 소매금융 부문을 분리하도록 요구한다면 본사를 이전할 것”이라며 당국을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