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원금 손실 위험도를 크게 낮춘 주가연계증권(ELS)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투자자들이 목표수익률을 조금 낮춘 대신 돈 떼일 가능성도 줄인 ELS를 더 선호해 안정형 공모 ELS는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큰손'에 이어 '개미' 투자자들도 ELS로 몰리면서 1~2월 ELS 발행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약 6조원에 달했다.

◆지수 60%이상 안 빠지면 연10% 수익

우리투자증권이 지난달 22~24일 공모 청약을 받은 8종(4008~4015호)의 ELS 가운데 4009호는 올 들어 최고인 2.1 대 1(판매 한도 150억원)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이 상품은 우리투자증권이 최근 판매한 ELS 중 가장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투자 기간(3년)에 조기 상환에 실패하더라도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지수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가운데 하나가 40% 미만으로만 하락하지 않으면 연 10.0%(3년 30.0%)의 수익금을 만기에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같은 기간에 판매된 다른 상품들은 목표수익률이 4009호보다 높은 대신 녹인(원금 손실 확정) 구간의 상한선이 가입 시점 기준가격 대비 55~60%로 높은 편이어서 안정성이 다소 떨어졌다. 예컨대 KB금융과 LS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4014호는 투자 기간에 두 종목 가운데 하나라도 기준가격의 55% 미만으로 주가가 빠지면 만기 때 원금 손실이 난다. 4014호의 청약 경쟁률은 0.40 대 1로 저조했다.

◆개미들도 안정형 상품 선호

다른 증권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청약을 받은 1625호 ELS는 1.3 대 1로 마감돼 올 들어 유일하게 판매 한도를 넘겼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초자산이 코스피200과 HSCEI지수인 1625호는 투자 기간 3년 중 녹인 구간을 따로 두지 않았다"며 "목표수익률이 연 10.1%로 다소 낮지만 안정적인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올초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투자하는 사모형 ELS시장에서 두드러졌다. 고액 자산가들은 일찌감치 증시 조정에 대비해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 지점을 중심으로 50명 미만의 '투자계(契)'를 결성,올초부터 안정형 ELS 투자에 치중해 왔다. 증시 조정이 깊어지자 지난달 중순부터는 개미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공모형 ELS에서도 안정형 상품 선호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증권이 1~2월 판매한 ELS 상품은 공모 · 사모형을 합쳐 5827억원이었다. 이 중 PB지점에서 많이 팔리는 사모형의 비중이 67.9%에 달해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달 이후 판매액은 공모형 ELS 비중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모형 ELS 봇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월 ELS 발행액은 3조1532억원으로,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6월(3조6728억원) 이후 최대였다. 2003년 ELS 발행액을 집계한 이래 월간 발행액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8년 4월,6월에 이어 세 번뿐이다. 2월에는 설 연휴로 영업일수가 17일(1월은 21일)에 불과한데도 2조7285억원이 발행됐다.

ELS 투자붐에 힘입어 증권사들은 안정성을 대폭 강화한 공모형 ELS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현대증권은 8~9일 이틀간 판매하는 '현대히어로' 시리즈 5종 가운데 2종을 '원금보장형'으로 내놨다.

키움증권은 호남석유화학과 GS건설이 기초자산인 ELS 60호를 오는 10일까지 공모한다. 3년 만기까지 두 종목 주가가 기준가격의 55% 미만으로 빠진 적이 없으면 연 26.0%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 녹인(knock-in)

통상 6개월~3년인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기간에 기초자산이 가입 시점의 기준가격보다 일정 수준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녹인'시엔 사전 제시한 수익률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구간이 기준가격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손실 확률도 낮아지기 때문에 ELS의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