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4일 통과시킨 입법로비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이번 국회에서 본회의까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이미 후원금 모금을 용이하게 하는 동시에 청목회 관련 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쪽으로 합의를 본 상태이기 때문이다. "민생 현안은 뒷전인 의원들이 제밥그릇 챙기기엔 적극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여야는 이번 정자법 개정과 관련해 법안이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에 개정안을 처리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자법 제31조 2항의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조항에서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여야는 이에 따라 개정안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바꿨다.

문제는 현재 청목회 측으로부터 990만~5000만원의 불법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한나라당 조진형 권경석 유정현 의원,민주당 강기정 최규식 의원,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등 여야 현역 의원 6명은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라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중 유,최,이 의원은 현재 행안위원이다. 안경률 행안위원장은 "헌재에 위헌 심사를 맡기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 "현재 검찰에서 현역 의원들에 대한 법집행을 하려 하기 때문에 법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야 지도부는 정자법 개정안 통과를 사실상 허용하는 분위기다. 이미 여야 의원들이 행안위가 열리기 전에 심사 안건을 적는 공식 문서엔 정자법 개정안을 넣지 않은 채,회의 중에 기습 처리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정자법이)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 비판여론이 거셀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그래서 본회의에선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들 소신에 맡기는 프리보팅(free voting)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번 개정안의 의미는 정치 투명화를 만들자고 하는 데 있기 때문에 국민의 협력을 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성영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는 "이번 개정안은 청목회 로비 면죄법이자 방탄용 특례법" 이라며 "법사위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해 법사위에서 재검토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박신영/민지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