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들은 지난 1월 설문 조사 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3%로 예상했다. 2월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전망치를 3.5%로 높였고,이달에는 3.8%로 상향 조정했다. 연초에 비해 0.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이달 들어 다시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유가 때문이다.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리비아 등 주요 산유국의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11달러,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16달러에 이르렀다. 중동사태 전보다 20%가량 뛴 가격이다.

◆"올해 유가 평균 97달러"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20명 중 설문에 응답한 18명은 올해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 평균치가 배럴당 97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내다본 이코노미스트도 3명 있었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과 고유선 대우증권 글로벌경제팀장은 각각 100달러를,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장은 106달러를 예상했다.

올해 국제유가 최고점은 120~130달러를 예상한 이들이 많았고,박용하 산은경제연구소 경제조사팀장과 임 연구위원은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응답자들은 소비자물가가 0.29%포인트 상승하고,경제성장률이 0.27%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경상수지는 44억달러 악화될 것으로 봤다.

◆물가 전망 최고 1.1%포인트 올려

유가가 당초 예상보다 가파르게 오르고 구제역 등으로 인한 농 · 축산물 가격 상승도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 압박이 커졌다. 응답자 18명 중 9명(50%)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을 0.1~1.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조정폭이 가장 컸던 이코노미스트는 고 팀장이었다. 2월에는 3.4%로 응답했으나 이달에는 4.5%로 1.1%포인트 상향시켰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도 1월엔 물가상승률이 2.8% 수준일 것이라고 응답(2월엔 무응답)했으나 이달에는 3.7%로 0.9%포인트 높였다.

이코노미스트 2명은 경제성장률(실질GDP 상승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박 팀장(4.3%→4.1%)은 "중동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이 가속화하는 데다 중국의 긴축정책과 유로존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민간 소비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 팀장은 성장률 전망치를 4.7%에서 4.6%로 0.1%포인트 내렸다.

◆경상수지 25억~87억달러 악화 전망

올해 경상수지도 유가 탓에 큰 폭으로 악화되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경상수지에 관해 응답한 회원 16명이 예상한 평균 경상수지는 164억달러였다. 작년 경상수지 흑자 폭 282억달러보다 118억달러 줄어든 것이다. 응답자 중 8명(50%)은 이달 들어 경상수지 전망을 25억~87억달러씩 하향 조정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고유가와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로 경상수지 전망치를 당초 197억달러에서 110억달러로 낮췄다"고 말했다. 홍춘욱 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경상수지 흑자 폭 전망을 280억달러에서 230억달러로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