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10년 전 사실상 복제약을 신약으로 잘못 허가한 탓에 제약사와 법적 분쟁을 벌이며 씨름을 벌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식약청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약청은 2000년 2월 안국약품의 가래제거제 푸로스판시럽(성분명 이비엽)을 신약으로 허가하고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6년 후 신약의 부작용을 점검하는 재심사 기간이 끝나고 복제약 허가가 시작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식약청은 복제약 허가를 위해 기존 서류를 검토하면서 이미 1995년 제일약품이 동일성분이 들어간 복합제제 복제약을 성분명 헤데라유동엑스로 허가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가래제거제의 주요 성분인 덩굴식물 아이비(영문명 Ivy)가 학명이자 라틴명인 헤데라 헬릭스(Hedera Helix)로도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식약청의 설명이다. 이 성분의 가래제거제는 허가 당시 독일 의약품집에도 실려 있던 약물이다.

신약이 아닌데도 기존 서류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한 탓인지 신약으로 허가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이다.
식약청은 기존 제일약품의 제품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한 것을 확인하고 2006년 2월 안국약품에 일반약 분류 변경을 지시했다. 다른 복제약들이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어 동일성분 의약품을 동일체계 아래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안국약품은 4개월 뒤 식약청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해 2006년 11월 소송에서 이겼다. 식약청은 재심사 결과를 반영해 다시 분류 변경을 지시했지만 회사는 2008년 4월 재차 소송을 제기해 이듬해 7월 한 차례 더 승소했다.

식약청은 이에 따라 허가사항을 변경할 수 있는 재평가 등의 실질심사를 거쳐 지난달 일반의약품 분류 변경을 다시 지시했다. 이 약품은 지난해 매출 390억원을 기록해 안국약품 전체 매출 1080억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2000년에는 전산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고 제약업체가 신약으로 허가를 신청하면서 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향후 일반약 전환에 따른 (처방 감소，매출 하락 등) 피해 여부를 고려해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복제약이 있는 줄 모르고 신약으로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