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2 공개] 癌투병 스티브 잡스 깜짝 등장…"기술+인문학이 애플 DNA"
"애플 DNA에서는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술에 인문학을 융합해야 합니다. 경쟁사들은 이것(태블릿)을 새로운 PC 시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올바른 인식이 아닙니다. 이것(태블릿)은 포스트 PC 디바이스입니다. PC보다 사용하기 쉬워야 하고 직관적이어야 합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좀 더 결합해야 합니다. "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56)는 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3일 오전 3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패드2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강조했다. 잡스가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얘기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늘 하던 "하나만 더(One more thing)"를 생략하면서까지 맺음말로 던진 이 말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는 잡스의 신념이자 애플의 기업 문화다. 애플 직원들은 심심찮게 듣는 말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은 드물다. 하드웨어 스펙이 대단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하드웨어에 '인문학'을 결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잡스가 말한 인문학이 뭘까. 제품에 감성을 입히는 것,소비자 바람을 꿰뚫어보고 이들이 열광할 제품을 만드는 것.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이렇게 말한다. 아이패드2에서 인문학적 요소를 찾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 쉽게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스마트커버? 아이패드2를 TV에 연결해 손가락 터치로 작동하는 것? 아이패드2를 악기로 사용할 수 있는 거라지밴드? 이런 것일까.

기자회견에 잡스가 나선 것은 의외였다. 잡스는 지난달 병가를 떠났고 스탠퍼드대 암센터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 주간지에 6주밖에 살 수 없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잡스는 최근 열린 애플 주총에도 불참했다. 2년 전 병가 때는 필 실러 부사장에게 아이폰3GS 발표를 맡겼고,이번에도 실러 부사장이나 CEO 대행인 팀 쿡 부사장이 나설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기자회견을 시작한다는 안내방송이 나가고 잡스가 무대에 오르는 순간 기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박수가 끊이지 않자 잡스가 말을 하려다가 머뭇거리기도 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세상을 혁신하고 지금은 암과 싸우고 있는 잡스에 대한 존경의 표시였을까.

잡스는 평소보다 더 말랐지만 괜찮아 보였다. 목소리에도 힘이 느껴졌다. 작년 이맘때 아이패드를 발표했을 때와 비교하면 목소리가 오히려 더 크고 또렷했다. 건강악화설을 부인하고 싶어 일부러 그렇게 했는지도 모른다. 잡스는 수년 전 프레젠테이션 도중 무대 화면에 자신의 혈압 '70/120'을 표시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날은 건강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잡스가 발표하는 동안 한국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새벽 3시에 발표가 시작됐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라이브 블로그(인터넷 생중계)로 지켜보며 트위터로 의견을 교환했다. 작년부터 구글 애플 등이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발표할 때면 개발자 등이 지켜보곤 했지만 이날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지켜봐 트위터 타임라인(사용자 개개인의 화면)은 낮시간대만큼 분주했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chanjin)는 라이브 블로그에 올라온 내용을 중간중간 요약해 트위터에서 알렸다. 이 대표는 아이패드2를 TV와 연결해 손가락 터치로 연동하는 모습을 알리면서 '아주 독창적'이라며 '졌습니다'라고 썼다. 또 '애플의 소프트웨어 능력은 경이로운 지경''경쟁자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네요''음악과 비디오 소프트웨어로 맹폭을 퍼붓네요' 등 소감도 올렸다.

페이스북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스펙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류영호),"건강을 걱정했는데 직접 프레젠테이션했다니 안심이다"(윤수정),"소프트웨어(디자인 포함)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김현철)…. 잡스의 아이패드2 발표는 애플의 기업문화,잡스의 건강,해외 동향에 민감해진 국내 소비자 등 여러 측면에서 화제가 됐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