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시작됐다. 3일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에 이어 5일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열린다. 정협은 정치적 자문기구에 불과하지만,당 · 정 · 군의 전직 고위관리들이 위원의 주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전인대는 한국의 국회격으로 형식상 최고 권력기구다.

전국에서 지도자급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베이징의 경비는 최고 수준으로 강화됐다. 여기에 '재스민 혁명'의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겹친 베이징은 초비상이다.

이날 관영 신화통신은 수입격차,국가와 국민의 공동발전 등이 이번 양회에 참석하는 지도자들의 중요한 관심사라고 보도했다. 양회 개막 전 행사의 하나로 지난달 27일 개최된 원자바오 총리와 네티즌의 대화에서는 "월급을 저축해서는 살 수 없을 만큼 올라 버린 집값"이 화제로 등장했다. 신화통신이 조사한 이번 양회의 최대 이슈는 부정부패였다.

사실 이런 문제들이 양회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는 것 같다. 빈부의 격차가 구조화되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국"(후진타오 국가주석)이라는 상황이 성장 위주의 정책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 정치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13억 인구의 통치를 위해선 1당 집권의 효율성이 필요하다"(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는 목소리는 여전히 대세다.

그래서 연례 최대 정치행사라는 수식어가 붙는 대형 이벤트에 걸맞은 '대단한 결실'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거대 담론이 아닌 민생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은 활발하게 토론될 것이다. 또 대표들이 어쩌다가 용감하게 부패한 관리를 공격하는 말 한두 마디에 국민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이 앓고 있는 병증을 치료할 수 있는 본격적인 치료법,즉 빈부격차 완화와 부정부패 차단,국민의 참정권 확대 등의 도입까지 논의할지는 의문이다. 이번 양회에서 뭔가 새로운 물꼬가 터지고,'재스민 혁명'을 남의 일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를 중국 스스로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란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