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갑작스런 무기한 병가로 ‘중병설’ ‘시한부설’이 나돌기도 했던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애플의 차기 주력상품인 아이패드2 제품 설명회에 ‘깜짝 등장’한 잡스는 예전에 비해 다소 야윈 모습이었다. 시장은 일단 ‘애플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잡스 CEO가 모습을 드러낸 데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잡스, ‘깜짝 출연’

잡스 CEO는 2일 오전 10시(미국 서부시간 기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패드2 제품 설명회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잡스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월 무기한 병가를 낸 뒤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은 “잡스가 예고도 없이 설명회장에 등장해 투자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며 “그의 건강문제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되고, 애플의 주가 상승에도 도움을 줬다”고 분석했다.

잡스는 이날 행사가 시작되자 마자 무대에 올라 행사장에 모여 있던 청중들로부터 대대적인 박수갈채를 받았다.

잡스는 무대에 오른 뒤 “애플은 요즘 이 제품(아이패드2) 개발에 집중해 왔다” 면서 “나는 오늘 행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잡스는 이날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외견상 ‘시한부설’에 수긍할 만큼 쇠약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다소 야윈 모습이었다.

잡스는 앞서 올 1월 건강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3번째 병가를 냈었다. 당시 복귀 날짜를 명시하지 않은 데다 애플 측에서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해 함구하면서 일각에선 “앞으로 6주 이상 생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각종 추측들이 난무했다.

특히 이번 아이패드2 제품 설명회 행사를 앞두고 행사장에 잡스가 등장할지 여부가 전세계 IT업계와 언론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었다.

◆얇고 가벼워진 아이패드2

잡스가 이날 공개한 아이패드2는 시장의 예상대로 얇고 가벼워진 게 특징이다. 이와 함께 전면과 후면에 카메라를 각각 탑재, 이용자들이 영상 통화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두께는 8.8mm로 기존 아이패드의 두께인 13.4mm보다 33% 가량 얇아졌다. 무게도 1.5파운드에서 1.3파운드로 줄었다. 또 A4보다 최대 2배 빠른 A5 듀얼코어 칩을 내장하고, 운영체제(OS)는 iOS 4.3을 갖췄다.

애플 측은 “아이패드는 IT 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비즈니스 분야” 라며 “다른 경쟁자들의 도전도 손쉽게 견뎌내고 지속적으로 시장을 넓혀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등이 아이패드 경쟁 제품을 시장에 잇따라 내놓으며 애플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아이패드2의 ‘파괴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아이폰3와 아이폰4의 경우처럼 아이패드2도 혁명(revolution)이라기 보다는 점진적인 진화(evolution)에 가까운 상품”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아이패드2는 흰색과 검정색으로 출시되며, 미국의 경우 이동통신사로 AT&T와 버라이즌을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기존 아이패드 제품과 동일하게 499달러부터 시작된다. 오는 11일 미국에서 첫 출시될 예정이다. 미국 이외 국가에선 25일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불안감,단기적으론 완화

잡스 CEO의 등장에 대해 미 증시와 정보기술(IT)분야 전문가들은 “당분간 애플의 경영 불안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는데 대부분 의견이 일치했다.

채닝 스미스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그로스펀드 매니저는 “잡스는 의심할 바 없이 애플의 최대 자산” 이라며 “투자자들은 그가 애플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관심인데 일단 그가 모습을 드러낸 만큼 주가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애플 CEO가 완전히 건강을 회복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한 만큼 주가가 완전 정상화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자이 라케시 스턴애지 운영이사는 “잡스가 여전히 애플의 주요 사안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의 등장은 좋은 깜짝 뉴스” 라며 “무엇보다 애플이 선보인 아이패드2 제품이 만족스럽다는 점에서 애플의 미래가 밝다”고 거들었다.

이밖에 월가의 주요 투자자들은 “이번 아이패드2 설명회에 잡스가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애플 주가가 5%는 빠졌을 것” 이라며 “투자자들은 일단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