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이 3일 오후 7시15분(한국시간) 리비아 트리폴리항에 입항, 철수교민 32명을 싣고 이날 밤 몰타로 향했다. 아덴만에서 해적 소탕작업을 벌였던 최영함이 민주화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리비아에서 교민 수송이라는 첫 임무를 수행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리비아 당국은 트리폴리 이외 다른 지역(시르테 · 미수라타)에 대한 입항 허가는 내주지 않았다.

리비아 트리폴리항에 도착한 최영함이 교민 수송작전에 본격 돌입하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었다. 2일 오후 10시 트리폴리 외항에 도착했지만 리비아 당국이 입항 허가를 내주지 않아 다음 날 오후 7시15분까지 외항에서 대기해야 했다.

최영함은 입항 대기하는 동안 현지 대사관 측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주유 · 식량 운송 등을 준비했다. 정부 관계자는 "3일 오후 11시에 트리폴리항을 출발해 내일(4일) 오후 2시나 돼야 몰타에 도착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영함은 교민 수송 임무를 마치면 추가철수 계획에 따라 잠시 몰타에 머무르거나 다시 리비아 인근 해안으로 돌아와 공해상에서 대기하게 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끝까지 철수하지 않겠다는 교민이 있어 리비아 내전 악화 등 우발 상황에 대비해 공해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건설 근로자 수송을 위해 그리스 선박 5척을 투입했다. 국토해양부는 그리스 선박 1척이 2일 미수라타항과 3일 시르테항에서 대우건설 근로자 70명 등 844명을 태우고 그리스 크레테항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선박들은 이틀(3~4일)에 걸쳐 리비아 전역의 한국인 근로자 250여명과 제3국 근로자를 태우고 그리스로 향할 예정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몰타로 가는 최영함에 교민 32명이 승선하고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소속 한국인 근로자 등이 그리스 선박을 이용해 리비아를 출국하면 이번 주말쯤에는 체류 교민이 100명이 채 안 된다"며 "리비아 교민 철수작전도 사실상 이번 주말을 기해 대부분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교민들은 끝까지 리비아에 남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지 상황에 따라 잔류 희망자 수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