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로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해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소비자 의견을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내는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도 높다"며 "시장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정서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아자동차 미국법인은 모비(mobi · mass opinion business intelligence)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제품과 기업에 대한 고객 의견을 분석한다.

미 와이즈윈도사가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블로그와 페이스북,언론사의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기아차와 관련된 수백만개의 문장을 수집해 실시간으로 해석한다. 마이클 스프래그 기아차 미국법인 마케팅담당 부회장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 신제품이나 새로운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효과적으로 분석하고 다른 업체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앞서 지난달 열린 미 프로미식축구 결승전'슈퍼볼'광고 효과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상의 코멘트를 분석한 결과 슈퍼볼 경기 당일 자동차에 관한 내용 중 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서 9%로 늘어났다. 그 중 긍정적인 내용은 4%에서 18%로 급증했고 이 비율은 슈퍼볼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위크는 "기아차는 이 프로그램으로 600만달러에 달하는 60초짜리 슈퍼볼 광고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투자였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었다"며 이는 기아차가 향후 마케팅 방향을 설정하거나 광고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그동안 소비자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거나 소수 고객들로 구성된 포커스그룹 등을 활용했다. 이런 전통적 방식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의견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문자해석학에 바탕을 둔 모비와 같은 프로그램은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장의 방향까지 예측할 수 있다.

베스트바이,비아컴,파라마운트픽처스,시스코 등 유통에서 엔터테인먼트 정보기술(IT)까지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이미 이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미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리서치는 문자분석 관련 시장이 내년 5억달러 규모에서 2014년 약 1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게임업체 고기(Gogii)는 '톤체크'라는 프로그램으로 고객들이 보낸 이메일의 어투까지 분석하고 있다. 조지 도노번 고기 최고경영자(CEO)는 "게임을 개발하는 직원들은 25세 남성들인 데 반해 고객 대부분은 40대 여성"이라며 "프로그램에 대한 고객의 의견을 세세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