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해외거점 공격투자…5대양 '新실크로드'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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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네트워크 강화
세계 13곳에 전용 터미널…유럽·베트남 등으로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
3자물류·수리조선소 운영…새로운 '캐시카우'로 육성
세계 13곳에 전용 터미널…유럽·베트남 등으로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
3자물류·수리조선소 운영…새로운 '캐시카우'로 육성
한진해운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1위 해운회사다. 작년 7월 1만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을 국내 업계 처음으로 들여오면서 한국의 해운사(史)를 새로 쓰기도 했다. 스페인 알헤시라스항에 전용 터미널을 확보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도 가장 탄탄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진해운은 하지만 증시 등에서 격(格)에 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답은 "전방위적이고 상시적인 리스크 관리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올해 신년사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 경기의 부침에 따라 실적이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과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한진해운 재평가를 위한 시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확충
2010년 7월15일은 한진해운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날로 기억할 만하다. 이날 3년여를 준비한 끝에 스페인 알헤시라스항에 한진해운의 전용 터미널을 개장했다. 알헤시라스항은 동서항로가 교차하는 전략적 물류 거점이다. 유럽과 남미를 연결하는 남북항로와 아시아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북미 동안을 연결하는 동서축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향후 신흥 시장으로 부상할 아프리카와도 지리적으로 가깝다.
해운업체에 전용 터미널 운영은 글로벌 선사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로 꼽힌다. 자사 선박이 기항할 수 있는 거점이 되기도 하고,'전용 주차장'이 있는 셈이어서 화주들의 물량을 잡기에도 유리하다. 글로벌 선사 대부분이 물류 요충지마다 전용 터미널을 확보하려는 이유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국제물류연구실장은 "국내 해운업체가 성장하려면 한국과 관련된 수출입 물량만 잡아서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며 "해외에 다양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야 다른 나라의 화물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진해운은 세계 주요 항만과 내륙 지역에 총 13개의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엔 미국 서안 3개,일본 2개,벨기에 · 스페인 · 대만에 각각 1개씩이다.
한진해운이 지난해 벌어들인 '실탄'을 한동안 미뤄온 투자 계획에 집행하기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해외 거점을 더 늘리는 것이 주요 목표다. 올 상반기엔 수출입 물동량이 급증하고 있는 베트남 탄깡 카이멥항에 2단계 전용 터미널을 개장한다. 아직 협상단계지만 미국 동부 항구도시인 잭슨빌에도 터미널을 열 계획이다.
◆수리조선소 사업 순항
한진해운이 해외 물류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것은 전체 '파이'를 키우면서 컨테이너선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변동에 영향을 덜 받으려면 동종 업종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안되고,수직적인 계열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은 올해 비(非)컨테이너 사업 비중을 1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3자 물류사업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이다. 단순히 화주로부터 화물을 받아 목적지까지 운송해 주는 역할에서 벗어나,화주와 선주를 연결해 주는 전문 중개인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한진해운은 이미 3자물류 자회사인 한진로지스틱스를 통해 전 세계 25개국에 지점을 확보하고 있다. 작년엔 항공화물에 대한 물류 중개를 위해 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과는 별도로 국내와 미국에서 항공 서비스 조직을 만들었다. 올해는 중국 인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의 상하이 양산 신항 인근 취산도에서 운영 중인 수리조선소 사업 역시 정상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면적 55만㎡,도크 2기,안벽길이 2000m에 이르는 대규모 선박 수리조선소로 한진해운은 중국 시노장항그룹,순화해운,일본 K라인과 합작해 2009년 4월부터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양산항이 지난해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1위에 오르는 등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만큼 향후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한진해운의 셈법이다.
◆선박 대형화,친환경 경쟁에 대비해야
한진해운이 아직도 넘어야 할 파고는 만만치 않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에 영업이익 6297억원을 내 흑자로 돌아섰지만 재무구조가 탄탄하다고는 할 수 없다. 2009년 영업적자는 9471억원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전문가들은 주력 분야인 컨테이너 사업에서 올해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이를 물류 인프라 등 미래 성장 동력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가 한진해운의 미래를 가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 선사로는 최초로 1만TEU급 대형 선박을 투입한 것은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선박이 커질수록 한꺼번에 많은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진해운은 올해에도 1만TEU급 초대형선 4척,8600TEU급 4척을 순차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세계 1위 해운업체인 AP몰러-머스크가 지난달 대우조선해양과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건조 계약을 맺을 정도로 해운업계는 이미 '덩치 경쟁'에 돌입했다.
컨테이너선 노선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의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작년 4월 남미 동부의 직기항 서비스를 국내 업계 최초로 개설했고,9월과 10월에는 각각 남미 서안 지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연결되는 직기항 서비스를 열었다. 올해는 아시아 역내 노선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다양한 남북항로를 확보해 놓으면 전 세계로 수출하는 화주들의 요구에 맞출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한진해운은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조만간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할 계획이며,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운항을 금지당하게 된다. 낡은 선박의 엔진을 친환경 신제품으로 바꾸고,새로 주문하는 배는 대형화하면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선종을 선택해야 한다. 대규모 선(先)투자를 할 수 있는 해운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얘기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