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남자골프계의 새 별 마르틴 카이머(독일 · 27).카이머는 28일 끝난 액센츄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2위를 차지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라섰다. 올해 초 3위였던 그가 강호들이 즐비한 남자골프에서 '황제'가 되리라고 전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요란하지 않게,슬금슬금 평점을 쌓아 정상에 선 카이머가 얼마 동안 1위를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독일의 '골프 거인'으로

독일에서 골프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2~3년 전만 해도 테니스나 축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카이머 덕분에 골프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카이머가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USPGA챔피언십을 포함,4승을 올리자 냉랭하던 독일 언론들도 달라졌다. 그를 '골프 거인'으로 표현했으며 테니스의 보리스 베커나 슈테피 그라프,자동자경주 F1의 미하엘 슈마허에 비유했다.

그는 지난해 만 25세로 메이저 타이틀을 딴 후 "너무 어린 나이에 큰 성취를 이룬 게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라이더컵에서도 활약했지만 100% 만족하지 못한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고 말했다.

또 "메이저대회 2승과 세계랭킹 1위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는 "메이저 우승 추가가 더 절실하다"고 답했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는 자동적으로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베른하르트 랑거가 두 차례나 우승한 마스터스 그린 재킷을 원한다. 지금까지 세 차례 출전했으나 모두 커트탈락한 그는 올해 드로 구질을 연마 중이다. 원래 페이드 구질인 카이머는 오거스타내셔널GC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려면 드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보수적인 전략이 '트레이드 마크'

별다른 특기가 없는 카이머는 기복 없는 플레이로 랭킹 1위에 올랐다. 그는 15세 때까지 프로축구단 유소년리그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축구는 10명의 동료와 함께 해야 하고,운이 따라야 성공한다. 골프는 나한테만 운이 따르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 후 본격적으로 골프클럽을 휘둘렀다.

그의 골프는 독일인답게 계산적이고 조직적이다. 웬만해선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USPGA챔피언십 승부를 가른 연장 세 번째 홀에서 경쟁자 버바 왓슨이 볼을 물에 빠뜨리자 레이업해 보기로 우승한 것이 본보기다. 카이머는 "나는 멘탈리티가 부족한 탓인지 보수적인 게임 전략이 좋다"고 말했다.

◆"골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

2008년 BMW인터내셔널 우승 후 그의 어머니가 타계했다. 그때 인생관이 달라졌다. 전처럼 골프에만 연연하지 않게 된 것."나도 아쉽게 우승을 놓치거나 한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면 실망한다. 그러나 그것이 삶과 죽음의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골프를 너무 진지하게 대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골프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

'코스에서 행복하기 위해 코스 밖 생활을 즐긴다'는 것이 그의 모토다. 그래서 그는 아우토반에서 BMW를 극한 속도로 모는 것을 즐긴다. 또 얼마 전에는 큰 대회를 포기하고,애인과 함께 보내 화제를 모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