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의 신주 상장이 유예돼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KTB자산운용이 신주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공매도'로 처분해 결제 이행(주식 인도)에 비상이 걸렸다. KTB자산운용이 신주 상장을 기정사실화하고 미리 주식을 내다 팔았지만 상장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28일이 주식을 건네줘야 하는 날인데,주식을 못 구할 경우 결제 불능이란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애용하는 수법이라 업계에선 추가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기관,신주 '사전 매도'로 곤경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진행된 1조3000억여원 규모의 하나금융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일부 기관들이 신주 상장을 예상하고 지난 24,25일 하나금융 주식을 미리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상증자에 642억원을 출자한 KTB자산운용은 전체 150만주 중 20여만주를 24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자에는 한국투자증권 KTB자산운용 국민연금 삼성자산운용 등 국내외 기관 36곳이 참여했기 때문에 KTB자산운용 외에도 공매도 사례가 더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 이처럼 주식을 미리 팔 수 있는 것은 자본시장법에서 유 · 무상 증자 등으로 취득할 주식이 결제일까지 상장될 경우 매도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유상 신주는 28일 상장 예정이라 3영업일 전인 24일부터 매도가 가능했다. 더구나 24일 주가는 4만4000~4만4900원으로 신주 발행가(4만2800원)를 1200(2.8%)~2100원(4.9%) 웃돌았다.

◆단기 차익 노린 그릇된 관행이 부른 화

유상증자와 관련된 신주발행 무효소송이 제기되자 한국거래소는 지난 주말 해당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하나금융 신주의 상장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28일 상장될 줄 알고 공매도한 기관들은 미리 판 주식을 매수자에게 넘겨줘야 하는 결제 부담에 맞닥뜨렸다. 업계 관계자는 "KTB자산운용 등은 비상대책 회의를 갖고 28일 결제를 위해 주식을 빌리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하나금융 주식 보유자들에게 대차거래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지천삼 거래소 매매제도팀장은 "사전 매도는 규정 상 문제가 없지만 결제이행이 제대로 안 된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만약 KTB 측이 28일 정상적으로 결제하지 못하면 '11 · 11 옵션쇼크' 당시 하나대투증권과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의 사례처럼 1차적으로는 주식 매매를 중개한 증권사가 결제 책임을 져야 한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주식을 빌려줄 상대를 상당수 확보해 결제 불이행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는 "형평성에 어긋난 제3자 배정 증자와 단기 차익을 노린 기관의 관행이 시장위험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하나금융은 신주를 시가보다 5.5% 낮은 가격으로 발행,주식을 미리 팔고 상장 후 신주로 메워 단기 차익을 얻을 기회를 제공했다. 다른 전문가는 "제3자 배정 증자이면서도 보호예수 기간을 두지 않은 하나금융의 결정과 차익을 노린 기관의 단타매매 관행이 예상치 못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 공매도(空賣渡)

short selling.'없는 걸 판다'란 뜻으로,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가상으로 주식을 판 뒤 결제일인 3영업일 안에 해당 주식을 구해 매입자에게 주고 대금을 받으면 결제가 완료된다. 약세장이 예상되는 경우 비싼 값에 공매도하고 싼 값에 사서 돌려줌으로써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